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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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등학교,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서 수업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독일 청소년들이 한국 불교를 체험하는 정규 수업을 가져 화제다.

4월 11일 알버트 아인슈타인 김나지움(Albert-Einstein Gymnasium)의 9학년 남녀 30명이 타종교 체험수업의 일환으로 독일중부 지역 뒤셀도르프(Duesseldorf) 인근 카르스트(Kaarst)에 소재한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을 방문한 것.

화창한 봄날 아침 9시경, 스모린스키(Smolinski) 종교 선생님의 안내로 17세 가량의 눈 푸른 게르만 후예들이 생애 처음으로 일주문을 들어섰다. 한창 자유스러운 수업을 받을 독일 학생들이 도량에 들어서는 순간, 불교라는 낯선 종교가 주는 호기심과 신선함으로 알 수 없는 경건함에 젖어 들었다.

지원장 혜진 스님의 설명으로 ‘신발 부처님’을 정성스럽게 놓아 만물과 하나되는 ‘행선(行禪)’의 체험을 하게 하자, 30켤레 이상의 신발들이 놀랍게도 가지런히 놓여졌다.

여 선생님이 살며시 독일 교육의 자유로움을 스님께 귀뜸하며, 법당의 향내음을 맡기 어려운 학생은 잔디밭으로 나갈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한다.
“Selbstverstaendlich(물론이죠)!”

다도 체험을 위해 마련된 법당에 연꽃등이 밝혀지고 둥그런 원형으로 좌복을 놓고 좌선할 때의 앉는 법, 호흡법, 집중법 등을 몸과 마음으로 편안하게 익혀간다. 청소년들과 불교와의 만남은 은은히 울리는 타종소리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기 시작한다.

“찬물과 끓인 물의 소리가 다르다”는 스님의 말씀에 눈을 감고 물 소리를 느껴보는 순간, 발저림 등 몸의 불편함들이 홀연히 사라지기도 하고 낯선 선다(禪茶)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동중정(動中靜)의 신묘함을 사뭇 진지하게 익혀 간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십대특유의 햇웃음도 종종 터져 나왔지만 침잠해가는 다도삼매(茶道三昧)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 들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나온 녹차의 빛깔, 맛, 향이 다른 피안의 세계로 어린 다객(茶客)들을 이끌어 간다. 한국 다도에서 느끼는 녹차의 빛깔, 맛, 향이 커피나 콜라 같은 음료수에 찌든 독일 틴에이저들을 더 깊은 의식의 바다로 이끌며 인종과 종교를 뛰어 넘어 하나임을 체감케 간다. 합장을 하며 차를 받는 모습은 처음 들어설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거의 1시간정도 묵언 속에서 다도가 이루어진 후 자유로운 질문시간이 주어졌다. 차맛에 대해 선연한 느낌들을 조심스럽게 나눈 후, 이것 저것 알고 싶은 질문들을 활발하게 내놓는다.

“찬물이 따라질 때는 밝고 경쾌하고 맑지만, 뜨거운 물이 따라질 때는 깊고 아래로 가라앉으며 의식도 안으로 깨어나 좋은 체험을 했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들. 궁금해 하는 사찰 생활의 질문에 혜진 스님은 푸른 눈의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나하나 설명한다.

기독교 문화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통과의례처럼 세례를 받아 성장하면서도 일요일과 휴일에는 즐기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독일의 십대들. 첨단 물질문명이 발달한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대로 자라나 철없이 비쳐질 수 있는 분방한 청소년들이다.

헤르만 헷세(Hermann Hesse)의 <싯다르타>를 읽었다는 아이들은 스님도 그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해 했다. 이미 책이나 영화를 통해 불교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심도 있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왜 스님이 되었는지요?”
“불교에서는 신(Gott)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깨달음은 과연 누가 어떻게 인정해 줄 수 있는지요?”
“영혼과 정신은 무엇인지요?”
“나는 누구인지요?”

영혼의 실체를 묻는 아이들의 잇단 질문에 혜진 스님은, 우리들의 마음을 유식학(唯識學)의 이론에 따라 설명한 후 되물었다.

“서양인인 여러분과 동양인 스님, 즉 우리들의 실체는 서로 다른가요?” 라고 스님이 묻자, 학생들의 “우리들은 한나무의 한뿌리입니다.”라는 한목소리가 스님을 놀라게 한다. 이어서 과학적으로 내면을 더욱 참구하여 진정 자기가 누구인지 밝혀가자는 스님 말씀에 모두 활짝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은 팽주를 정성스럽게 하는 독일인 키어스틴 튬멜(Kirstein Truemmel) 보살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불교에 알게 되었는지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았지만 내가 알고자 했던 궁극적 질문들을 풀 수 없어 진리의 길을 찾다가 불교의 마음공부를 통해 알아갑니다.”

자녀에게는 어떤 믿음을 선택해 주고 싶은 지에 대해 묻자, 키어스틴 보살은 “4살인 요나스가 처음 절에 왔을 때는 정서가 불안했지만 지금은 천사처럼 밝은 모습으로 2시간이 넘는 일요 정기법회에도 아주 편안하게 함께 하죠. 믿음은 스스로가 알아서 가는 길이라서 자유롭게 택하도록 키워갑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서로 배척하는 종교가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불교를 독일인 신도를 통해 배웠다. 2시간의 짧은 불교체험 행사가 끝나고, 토론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종교담당 여 선생님은 “이론적인 불교를 통해 영성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한 살아있는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혜진 스님은 끝으로 목탁을 들어 보이며 “이 목탁이 우리 신체의 무엇과 닮았습니까?”라고 묻자, 다함께 “머리요!”라고 대답한다. 스님이 목탁의 설화를 풀어가며 과연 이 시대 지구촌에서, 무력과 반목의 전쟁 속에서 우리의 육근(六根)을 어떻게 들이고 내어 정토를 이뤄 갈 수 있는지 법문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귀한 불연(佛緣)이 맺어졌다.

하나씩 선물받은 작은 목탁 손매듭을 학교가방에 매다는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들. “오늘 어땠느냐”는 혜진 스님의 질문에 학생들의 반응은 가지가지였다.
“흥미로워요.”, “평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죽비 3성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나는 학생들! 일일이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쓰다듬어 주는 혜진 스님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며, 작은 연못을 지나 절문을 나선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4-15 오전 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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