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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숨쉬고, 물마시고 움직이고 하는 것이 본다, 듣는다, 숨쉰다, 물마신다, 움직인다 합니까?”(혜봉)
“그렇지 않습니다.”(수련생)
“보고, 듣고, 숨쉬고, 물마시고, 움직이고 하는 것이 각각 따로 따로 있습니까?”(혜봉)
(침묵하다가) “모르겠습니다.”(수련생)
“‘왜 모르겠다’고 하지요?”(혜봉)
“말로 할 수 없습니다.”(수련생)
“말로 할 수 없다 함은 무엇입니까?”(혜봉)
“이거다 저거다 이름 붙일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없다 할 수도 없고 도무지 말로 이를 수가 없습니다.”(수련생)
“그러면 그놈이 뭐죠?”(혜봉)
“모르겠습니다. 다만 콱 막혀서 답답할 뿐입니다.”(수련생)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다’라고 말로 할 수도 없고 알고자 하나 모르기 때문에 오직 답답하기만 하고 ‘이 뭣고?’ 하는 의문만 남는다면, 말이 끊어진 화두문에 들어섰다 하겠습니다. 아무튼 물러서지 말고 ‘이 뭣고’ 하면서 참구해 나아가세요.(혜봉)
4월 7일 저녁 8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딩에 소재한 명상아카데미 선실(禪室). ‘직장인을 위한 화두명상’ 시간에 한 수련생이 혜봉 선생(지도법사)와의 문답을 통해 화두 드는 법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른 수련생들도 한 주 동안 수행해 온 화두명상 과정에서 애로점이나 의문사항을 1대1 문답을 통해 해소하곤 한다. 문답이 끝나고 혜봉 선생이 죽비를 세 번 치자 일제히 단정히 정좌해 화두명상에 몰입한다.
명상아카데미의 ‘화두명상’은 일반 선원의 간화선과 다름 아니다. 일반인과 타종교인을 상대로 수행을 지도하다 보니 ‘명상’이라는 용어를 붙였을 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화두를 들 수 있도록 쉬운 방편을 제시하고, 수시로 지도자와의 문답을 통해 수행과정상의 오류를 줄여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자가 가장 간절한 문제를 화두삼아 정진할 수 있도록 해 스스로 보리심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명상아카데미의 수행방편은 화두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관법, 염불, 진언, 요가, 오체투지 등 다양한 방편을 각자의 근기에 맞게 택하도록 하고 그에 맞는 개인 지도를 한다. 심지어 염송하는 진언들까지 수련생들이 처한 상황을 배려해 지도한다. 예를 들면 화를 잘 내는 이에게는 ‘대비주’를, 잡념이 많은 이에게는 ‘준제진언’을, 영가의 장애가 있는 이에게는 ‘광명진언’을 각각 외우도록 한다. 이같은 배려는 실제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안내자(법사)들의 말이다.
물론 이러한 방편은 크게 네 단계의 수련과정으로 나뉜다. 바라보기 집중하기 알아차리기 인정하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관법명상’, 지우기 버리기 등 번뇌와 망상을 제거하는 ‘방하착(放下着) 공부’, 벗어나기 참구하기 원(願) 세우기 등 ‘발보리심(發菩提心) 과정’, 세상돕기 진리대로 살아가기 등 ‘체득 과정’ 등으로 구분된다. 물론 각 단계별로 안내자들과의 정기적인 문답과 공부모임 등을 통해 수행상의 오류를 시정해 점진적인 진보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알코올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공부를 시작했다는 이강훈(28, 서울대 박사과정) 씨는 “바라보기, 알아차리기, 인정하기, 버리기의 과정을 통해 이제는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는 상식적인 앎을 진정 내 몸과 마음으로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97년 12월 명상아카데미(www.bodhitao.com)가 설립된 이래 ‘자기발견과 완성을 위한 프로그램’, ‘행복한 삶을 위한 프로그램’, ‘치유와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규 및 비정규 수련을 통해 배출된 수련생은 1200여명. 이 곳에서 수행한 이들 중에는 김홍신 국회의원, 이금림 방송작가, 박정미 수녀 등 유명인사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내외부 강사로 활동하는 15명의 안내자를 배출, 불교 수행법 보급에 적지 않는 역할을 해왔다.
혜원(40) 교육부장은 “명상아카데미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밝히고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쉼터”라면서 “설거지 명상, 달리기 명상 등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행방편들은 간단하면서도 놀라운 마음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02)598-7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