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는 이라크 전 파병과 관련해 두 가지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파병을 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월 2일 수원포교당 초하루 법회에서 주지 성관스님은 이라크 전 파병과 관련해 신도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만불보전에 앉아있는 신도 500여명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생각해 파병을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이익이 오래 갈까요? 전쟁이 끝난 후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에 가기도, 거기서 일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수의 신도들은 주지스님의 말에 동의를 하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동의의 뜻을 표하지 않는 신도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쟁은 전쟁을 낳고 원한은 원한을 낳을 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나 자식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제서야 대다수 신도들은 전쟁과 파병반대에 대해 하나의 뜻을 모은 것 같았다. 평화 정착의 길은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참고,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뿐임을.
이어 한 신도가 ‘평화 기원 발원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다툼과 갈등, 전쟁에 앞장선 나라와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큰 자비로 참회와 자성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다툼과 갈등 보복의 눈길을 자비의 눈길, 사랑의 눈길이 되게 하옵소서. 평화와 화합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은 평화 기원 발원문을 가슴 깊이 새기는 듯, 합장한 두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