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출ㆍ퇴근 도심 지하철. 잠시나마 발길을 묶어놓던 ‘풍경소리’의 글들이 이제는 육군 간부들과도 만나게 된다.
육군경리단은 오는 6월부터 육군 부사관급 이상 간부와 군무원 등 10만여 명의 급여명세표에 (사)풍경소리의 지하철 게시판 글들을 싣기로 했다고 3월 27일 밝혔다. 게재는 A4용지의 급여명세표 뒷면이 활용되며,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각 그림ㆍ연꽃 문양 등의 디자인까지 곁들어진다.
이 같은 육군경리단의 결정은 간단하다. 일반인은 물론 군인들에게도 풍경소리의 글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추진 경위도 자발적이었다. 육군경리단 급여담당 실무자가 3월 23일 풍경소리를 찾아와 지원여부를 문의했던 것이다. 또 일일이 글들을 읽고, 얼마만큼의 글을 지원할 수 있는지 상세히 묻고 갔다.
풍경소리는 육군경리단의 문구사용 요청을 받고, 곧바로 수필ㆍ시ㆍ법구 등 총 100여 꼭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달에 한 번, 엽서와 포스터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단 내건 지원 조건은 하나. 글의 출처를 밝혀 달라는 것뿐이었다. 그간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 역사, 교도소ㆍ군부대ㆍ학교 등 다양한 생활현장에서 실천해온 풍경소리의 짧지만 아름답고 여운 긴 ‘글 포교’가 또 다른 곳에서도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풍경소리는 지난 2000년 창립한 불교계 비영리 포교ㆍ문화단체로, 특히 지하철 포교 게시판을 운영해 일반 시민들에게 ‘소리 없는 법음’을 전해주고 있다.
기대도 대단하다. 육군경리단 최두호 중위(퇴직보험과)는 “처음에는 명세표 공간 활용차원에서 추진됐지만, 시안이 나오자 주위 반응이 좋았다”며 “봉급명세표를 받아들고 빙그레 웃을 동료들을 생각하면, 실무자로서 설레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매달 받아보는 급여명세표. 변함없는 숫자들로 한숨 내쉬기 십상이지만, 아름다운 글들이 실린 명세표를 받아보는 이들의 느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