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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 현대인을 위한 명상법 강연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의 '평화의 노래'. 서울 강남 코엑스 컨벤션홀을 울렸다. 밤색 법복 차림의 수행자들이 만들어내는 느리고 부드러운 화음. 하지만 이들은 조용히 외치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에서도, 들이 내쉬는 숨소리에서도, 바로 이 순간 '깨어 있기(mindfuiness)'의 에너지를 느끼라고 노래했다.

방한 닷새 째. 틱낫한 스님은 3월 20일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스님의 저서 <화(Anger)>를 주제로 3천여 독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 16일 내한이후 공식 기자회견, 심포지엄, 평화포럼 등의 일정과 달리, 일반 독자들과 머리를 맞대는 대중 강연이었다. 또 한 가지. 통역은 한국 스님이 나섰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조계종 사회부장 현광 스님이 한국불교 정서 맞게 강연 내용을 전달했다.

스님은 강연에서 이 말부터 대중에게 던졌다. "무엇이 여러분을 그렇게 괴롭히고 있습니까. 그리고 왜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그리고는 되물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화를 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잠깐의 침묵. 스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여러분, '깨어 있기(정념)'을 들으세요(Listening your mindfulness)." 이어 스님은 '화'에 대한 설명을 풀어나갔다.

"화는 어떤 하나의, 좋지 못한 형태의 에너지로 자비의 힘을 억제하는 에너지입니다. 마치 화는 자비를 불태우는 불과 같고, 자비는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물과 같은 거지요. 여러분 문제는 화를 다스리는 '자비의 힘'을 충만하게 하는데 있습니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자비의 힘을 내어 쓸 수 있는 방법, 그 것이 바로 '깨어있기'인 것입니다."

스님은 또 "자비를 가꾸기 위해서는 깊은 지혜를 가져야 하며, 지혜는 항상 '깨어 있기'를 개발해야 한다. '깨어 있기'란 바로 지금,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살피는 것”이라며 “한 잔의 차를 마실 때에도 마시는 순간에 깨어 있다면, 미래의 걱정이나 과거의 잘못에 휩싸이지 않는 자유 상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문했다.

스님은 "만약 걱정과 분노에 휩싸인다면, 바로 이 순간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여기서 온전히 깨어나,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깨어 있기'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인을 위한 명상법 설명이 이어졌다. 스님은 현대인들이 자비로써 듣고, 말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수많은 고통들을 조절하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그 원인을 대화와 소통의 부재 현상에서 찾았다.

"현대인들은 자기반성 없는 자신 위주의 판단으로 상대방을 비판하고 꾸짖고 있습니다. 그 말속에 비판, 비난 등의 요소들이 '화의 씨앗'을 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단 10분이라도 대화와 소통을 한다면, 화를 '자비로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가정에서의 대화 단절도 지적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더 이상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고, 여동생이 오빠에게도 남편이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의 부재 현상이 비단 국가간 단체간의 분쟁과 전쟁뿐만 아니라. 가정에까지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는 스님의 일침이었다.

스님은 이와 관련, 현대인의 명상법으로 '껴안기 명상'을 주문했다. 스님은 깨어 있는 마음으로 걷고 말하면, 자기의 화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조차 치료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껴안으십시오. 서로의 들이쉬고, 내쉬는 숨소리를 느끼십시오. 그 얼마나 섬세하고 즐겁습니까. 단절된 대화와 소통을 위한 가장 좋은 명상법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껴안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어색함은 '고귀한 침묵'이 돼, 서로의 상처를 용서하고 참회케 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해 주는 것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명상법. 절묘하게 쳐서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법문은 대중의 몰입을 이끌어내며 설득력을 더해갔다. 스님은 대중에게 새로운 생각의 틀을 건네주고, 틈틈이 자기 점검의 시간을 내어줬다. 그리고는 묻고 되물었다. 대중의 입장에서 되새기게 하고, 지금 이 순간 '깨어 있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틱낫한 스님은 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반전, 반핵을 위한 평화의 소리 한마당'에 참석, 서울일정을 마치고 25일부터 부산·대구(26일)·광주(27일) 등 전국 강연에 나선다.

▲스님은 1926년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태어나 어려서 출가했다. 조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사회봉사를 위한 청년학교와 반한 불교대학, 접현종을 창설하여 평화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1967년 마틴 루터킹에의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천거되기도 했으나, 평화를 위한 굽히지 않는 의지와 솔직한 표현으로 고국에 되돌아 가는 것이 금지됐다. 스님은 프랑스에 망명, 그곳에서 난민을 위한 활동과 명상을 위한 작은 공동체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등 60여권이 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3-03-21 오전 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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