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를 곧게 펴고 앉아서 심호흡과 함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 마음속으로 지금부터는 내 몸의 동작과 느낌에 대해 깨어서 바라보겠노라고 다짐하세요.”
3월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 부녀회관 강당. 20명의 ‘박석 교수의 명상교실’ 수련생들이 박석(46, 상명대 중문학) 교수의 지도에 따라 ‘몸 바라보기’ 명상의 준비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50대의 중견회사 사장과 증권회사 지점장, 30대의 약사와 직장인, 주부, 그리고 20대의 젊은 남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모두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으려는 시민들이다.
자신의 몸을 요가 동작으로 구석구석 자극하며 의식을 집중시킴으로써 육체를 이완시키는 몸 바라보기는 서너차례의 심호흡과 함께 본격화 됐다. 수련생들은 준비 동작이 끝나자 하체로부터 상체로 다양한 요가 동작을 선보이며 몸을 풀고,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바라본다. 발 돌리기 및 발가락과 발바닥 풀어주기를 시작으로 풀어주기 대상은 무릎과 좌골, 팔과 어깨, 목, 골반, 좌우 좌골과 옆구리 등의 부위로 옮아간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몸이 굳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고통스런 수련이다.
이어 앉아서 좌우 비틀기, 다리를 뻗고 합장한 채 앞으로 굽히기, 고양이 기지개 자세, 코브라 자세, 엎드려 좌우 비틀기, 활 자세 등의 동작을 서서히 하며 몸을 이완시킨다. 매 동작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고요히 앉아 몸의 감각을 알아채도록 한다.
동작의 전 과정을 마친 뒤에는 마지막으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한 부분 한 부분 바라보면서 몸 전체를 깊게 이완한다. 한 부분 한 부분 바라볼 때는 그 부분의 느낌을 더욱 깊게 바라본다. 머리끝까지 다 이완한 다음에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그대로 느끼면서 몸 전체의 느낌을 바라본다.
박석 교수는 자세히 동작 하나하나를 설명하면서 명상법을 조언한다. “몸 전체가 깊게 풀리고 이완된 상태에서 마음 또한 깊고 고요함을 느낄 겁니다. 가만히 그 깊은 이완과 고요를 지켜보세요. 이렇게 깊은 이완을 마친 뒤에 명상을 하면 더 쉽게 빨리 깊은 명상 상태로 들어갈 수가 있거든요.”
몸 바라보기가 끝나자 호흡을 매개로 한 마음 바라보기가 이어진다. 마음 바라보기는 척추를 바로 세우고 반듯하게 앉아서 행했다. 다리는 반가부좌를 취한 뒤에 어깨와 가슴에 힘을 빼도록 했다. 눈을 감는 것이 좋다고 하며, 졸음이 많이 오거나 잡생각이 아주 많이 일어날 때는 눈을 반쯤 뜨도록 했다. 호흡은 보통 때보다는 좀 더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가늘고 길게 내쉬는 심호흡을 몇 차례 하도록 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 호흡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초급자들에게는 호흡을 중심축으로 삼고 잡념이나 느낌 등 관찰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했다. 신체의 불편한 감각, 산란한 마음, 졸음 등이 오면 일시적으로 호흡에 숫자를 붙여 바라보며 또렷하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명상하게끔 유도했다.
98년 2월부터 이 명상을 시작한 박종원(50) 삼성증권 춘천지점장은 “호흡과 마음의 움직임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점차 고요해지고 맑아지면서 깊은 휴식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며 “이 명상은 자신을 보다 잘 알아차릴 수 있어 ‘지금 여기’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바라보기 명상은 요가와 위빠사나(觀法)의 장점을 응용한 명상으로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통 요가와 위빠사나의 교리나 수행법을 절대시하지 않는 다는 점. 이른바 종교적인 집단 무의식 등 일체의 고정관념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 모임의 전정훈(37, 안양) 간사는 “바라보기 수련은 처음부터 집단주관적 성격이 강한 종교적 통찰보다는 보다 일상적이고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도록 한다”며 “그러나 수련을 깊이 하다보면 자아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은 99년 3월부터 게슈탈트 집단상담 원리를 이용한 명상을 시작하면서 생활의 문제를 주제로 한 마음 나누기 시간도 갖고 있다. 정기 수련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이다. (016)757-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