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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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회의 장애인 포교
“반드시 실력을 충분히 쌓은 후 수화를 써먹어야 해요. 어설프게 사용하면 청각장애인들에게 큰 오해를 살 수 있거든요.”
3월 10일 서울 조계사 불교대학내 지하1층에 위치한 원심회(회장 덕신스님) 법당에서는 제 42기 수화 초급반 강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수강생은 열명 남짓하지만, 덕신 스님(성남 장경사)은 장애인 현황과 그들에 대한 포교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수화교육시 유의사항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강사인 김동숙(37) 수화통역사의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는 지화(指話) 강의가 시작된다. 권정애(30) 보조강사와 함께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팔을 내밀었다 들었다 하면서 수강생과 함께 숫자 지화를 익힌다. 이어 한글의 자음과 모음에 대한 지화도 차근차근 가르친다. 처음엔 다소 헛갈리면서도 다들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이다.

장애인 포교단체인 원심회가 1988년 7월 수화 기초교육을 시작한 이래 배출한 수강생은 모두 831명. 대부분 수료와 동시에 후원자로서 회원이 되지만 직접 자원봉사를 하는 회원들은 50여명이다. 이밖에 청각 및 시각장애인 30여명은 매주 조계사에서 장애인법회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100만여명. 하지만 비등록자를 포함한 UN의 집계로는 400만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불자는 4%(90%정도는 그리스도인)에 불과하다고 하니 장애인 포교의 열악함은 말할 나위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내 한몸 추스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저마다 제삶 꾸리기에 정신이 없었던 우리나라, 더구나 불교계에서 15년간이나 장애인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한 불자모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일이다. 원심회는 그동안 꾸준히 활동을 펼쳐 으뜸가는 장애인 포교단체로 자리잡았지만 숱한 난관이 있었다. 재정난 등 물질적인 난관이 컸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원심회 강경미(23) 간사는 가장 어려웠던 점이 비장애인들의 '그릇된 인식'이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순간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예비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애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은 물질적인 보시보다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길 원하죠.”

이런 나눔의 마음으로 원심회는 장애인에게 부처님의 법음을 전파하는 동시에 비장애인과 장애인간의 편견 해소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진해 왔다. 89년 장애인 정기법회를 개설하고 92년 조계사내에 전용 법당도 마련했으며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볼링모임, 한글 한자 서예교육도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외적인 수화통역봉사와 수화강사 파견과 함께 <불교수화 용어집>과 자막 비디오 테이프를 발간하고 점자부(부장 박규락)를 개설하면서 <아미타경>과 <법화경> <천수경> 등의 컴퓨터 점역 경전도 보급하고 있다. 수시로 사경법회, 참회법회, 수계법회, 수화공연 등도 열어 장애인들이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 나도록 돕고 있다.

원심회는 특히 지난해 한글대장경 316권 완역을 계기로 한글대장경 등 녹음불서 제작, 점자불서 출판을 위한 자원봉사 입력 작업을 더욱 활성화 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경전은 물론 일반 도서까지 출판하여 점자도서관 등에 보급을 늘려나가고 청각,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서 대여도 확대할 예정이다.

95년부터 점자불서 발간을 주도해 온 시각장애인 이연주(32, 마포점자도서관 실장) 회원은 “비상업용을 전제로 한 한글대장경 전산자료의 공유와 점자책 권당 60만원(입력비, 교정비, 점역비 등)이 소요되는 경비 마련이 관건이라”며 불자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02)720-4528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3-13 오전 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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