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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스님은 왜 머리카락이 없어?”
3월 6일 대전 건양대학병원 5층 소아과병동. 매주 목요일은 동학사 승가대학(학장 일초 스님) 학인 스님들이 건양대병원을 방문하는 날. 14명의 학인스님들이 2인1조로 환자 위문봉사에 나선 가운데 지업, 명우 스님이 네 살바기 신대수 어린이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코를 다쳐 있원했다는 대수는 회색 승복을 입은 까까머리 누나들의 뽀얀 얼굴이 마냥 신기한지 뚫어지게 쳐다본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환자 위문봉사는 일초 스님이 “경전을 통해 배운 부처님 가르침을 사회에 나가 실천해 보라”는 권유에 따라 사교과(3학년), 대교과(4학년) 학인스님 중심으로 시작됐다.
병실에서 특별히 설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질병을 화제로 이야기하다보면 쾌유를 비는 자비심이 전해지면서 전법은 저절로 된다. 간혹 불자 환자들은 반가운 얼굴로 학인 스님들을 대하는데, 이들에게는 염주나 불교 소책자를 전달해 마음의 평안을 얻도록 한다.
하지만 산중에서 공부하던 스님들이 병원 환자들을 상대로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이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웃 종교의 성직자들처럼 병원에서 전도를 해 본 일도 없고, 간병봉사 경험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8층 혈액종양병동에서 막 환자 위문을 마친 자민 스님은 처음 병실 문을 여는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병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일이 너무나 생소해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니 문득 용기가 났지요. 막상 그들의 애처로운 얼굴을 보니 저절로 말문이 트이더군요.”
학인스님들이 병실 문을 여는 순간은 ‘문없는 문의 관문(無門關)’을 열어제끼는 개심(開心)의 순간과도 같았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나라는 생각(我相)을 쳐부수고 병실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분별심은 사라지고 환자들의 아픔과 하나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환희심이 다가왔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손 한번 잡아주는 것이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몸짓이었다. 처음엔 서먹해 하던 환자들도 이제는 친근하게 대해주고, 불교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떤 환자들은 ‘스님 두 분이 찾아오는 꿈을 꾸었다’고 할 정도로 나약한 이들에겐 정신적 귀의처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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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현관에서 안내를 하거나 세탁실, 주공급실에서 빨래와 바느질, 설거지를 하는 등 궂은 일들을 심광사, 대진정사, 고촉사, 죽림정사, 모듬공양회, 금강반야원, 광혜사 등 7개 사찰 자원봉사팀이 요일별로 나누어 하고 있다. 법당에서 자원봉사팀을 관리하고 있는 박혜순(67, 대전 효동) 보살은 “개원당시 불자 자원봉사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김영이 보살님의 지원으로 사찰 자원봉사팀이 조직됐다”면서 “알음알이 차원을 넘어 살아있는 공부를 하게 돼 신도들이 너무 즐거워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병원 법당에서 약사여래불에게 인사를 하고 자원봉사를 한 후 다시 법당에 돌아온 학인 스님들은 “신도들의 보살행을 보면 늘 발심이 된다”고 겸손해 한다. 하지만 동학사 학인들의 보현행원은 건양대병원에만 머물지 않았을뿐더러 이미 상당한 연륜을 쌓고 있었다.
98년 3월부터 동학사가 위탁운영하는 공주 금강사회복지관에서 이른바 '정서 서비스' 를 실시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매월 한 번꼴로 학인 스님들이 2인1조로 무의탁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 말벗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인데 스님들은 말벗뿐만 아니라 청소, 빨래, 목욕 등 가사일도 척척 해놓고 간다. 노인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주선옥 사회복지사는 “동학사 스님들이 오시면 노인분들의 표정이 달라질 정도예요. 학인스님들인 만큼 위생상태는 물론 노인분들을 대하는 스님들의 태도가 일반 자원봉사자들보다 더욱 정성스럽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는 사회복지시설인 명주원을 방문, 불교 동화와 찬불가도 가르쳐주고 있는 학인 스님들은 직접 갈 수 없는 곳에는 불교 명절 때마다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화성 자제공덕회, 강화도 무애원, 서울 이웃을돕는 사람들, 공주 치료감호소, 매화사회복지관 등에 분기별로 연하장을 판 기금과 회비를 모아 전달한다.
봉사활동 뿐 아니다. 대교반 스님들은 수시로 논산 연무대 수계법회에 참석해 새내기 불자인 젊은 장병들에게 연비지원으로 신심을 고양시키는 한편, 매주 수요일 대전 교도소 경비교도대를 방문해 ‘생활 법문’을 통한 군포교에도 일약을 담당하고 있다.
자그마한 몸짓, 부드러운 얼굴로 수행과 보살행을 부지런히 실천하는 동학사 학인 스님들. 며칠 전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에 탁연 스님(봉녕사 승가대학 강사)이 비구니사상 처음으로 고위직에 임명된 일이 떠오르면서, 한국 비구니 스님들의 깊은 수행력에 절로 찬탄을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