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기운을 돋구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일부 신도들은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큰소리로 외우거나, 108배를 겸하며 관음정근을 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중년 또는 할머니 보살님들과 함께 청년, 장년층 거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 이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신도들의 정근을 이끌었다.
새벽 3시반이 되어 예불을 올릴 때까지 절반의 신도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정진의 열기는 대단했다. 매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과후에 따로 정진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찰의 불자들이 보면 발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천태종 신행의 구심점은 관음 정진에 있었다.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上月圓覺: 1911∼1974) 대조사는 종단의 소의경전인 법화경 중에서도 ‘관세음보살보문품’을 중요시 하고 전 종도들에게 이 경문을 수지독송하고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생각생각에 잊지 않고(念念不忘)’ 각자가 1백만번 이상 지성으로 부르라고 교시(敎示)한데 기인한다. 상월원각 조사는 참선으로 활연대오했으면서도, 이 시대 중생에게 맞는 쉽고도 간명한 수행방편으로 관음 주송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천태종에는 가난한 종도들이 많은 대신 기도와 수행을 열심히 하는 말뚝 신도들이 많다. 처음 개인적인 고난을 이겨내거나 기복을 위해 정진하던 불자들이 법화경 6만9천384자의 뜻을 함축한 ‘관음 주송’의 위신력을 체험한 후 새로 발심해 육안, 천안, 혜안, 법안, 불안을 얻어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게 된다. 관문사신도회 하성훈(55, 서울 응봉동) 교화위원은 “관문사 금강불교대학의 교리 공부가 신도들을 기복신앙에서 수행으로 나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음 정근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빨리 일념-무념의 삼매에 드는 수행방편 가운데 하나다. 천태종에서는 이런 원리 때문에 관음 주송을 ‘설선(說禪)’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은 “관세음보살이든, 아미타불이든 일념이 되게 부르면서, ‘염불하는 이것이 무엇인고’라고 관하면 참선과 다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원효 스님이 ‘나무 아미타불’을 방방곡곡 전했듯이, 선지식들이 후학들을 쉽게 공부하도록 이끈 방편이 관음 정근이다.
그래서인지 관문사 신도중에는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입는 것은 물론 무아의 상태와, 자성불(自性佛)이 관세음보살과 하나되는 경계를 체험한 신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불자들은 밖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관문사신도회장인 배두출(70, 안양) 교법사는 “흔히 관음 정근을 낮은 차원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불자들이 많지만, 무아의 상태에서 삼매를 체험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데는 이만한 방편이 없다”면서 “특히 절하기를 병행해 관음 정근을 해보면, 업장을 소멸하고 힘을 얻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철야정진에 참여한 관문사 신도들은 천태종 수행종풍인 ‘주경야선(晝耕夜禪)’ 즉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 수행하는 가풍을 실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는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 등 천태종 3대지표 가운데 하나인 생활불교를 말한다. 신도들은 가정에서도 아침, 저녁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신행을 지켜 나가면서 ‘생활 즉 불교, 불교 즉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02)3460-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