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세요, 꽃 사세요.”
2월 21일 오전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 이날 학교앞에는 많은 꽃장수들이 졸업식 축하객들에게 꽃을 팔기 위해 학교로 들어가는 하객들에게 꽃을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아닌 손짓으로’ 조용하게 꽃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꽃장사들은 광림사 연회복지원 청각장애인 불자들과 동국대 손짓사랑회(회장 안문남) 회원들. 다같은 꽃이지만 이 들이 파는 꽃에는 남모를 뜻이 담겨있었다. 광림사 50여 청각장애인 불자들이 직접 만든 이 꽃은 그들의 자활을 돕기위한 기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광림사에서 장애인에게 꽃꽂이 강의를 하고 있는 이보영(48) 보살과 함께 다리가 불편함에도 자원봉사자로 나선 안영혜(52) 보살, 청각장애인 불자인 허동섭(40)-정인순(39) 부부와 자녀 등 광림사 식구들은 연신 수화로 꽃을 사달라고 외친다. 안문남(22, 컴퓨터공학과) 회장을 비롯해 최형채(21, 경영학과), 이석찬(22, 컴퓨터공학과) 군 등 동국대 손짓사랑회 회원들은 바람잡이 역할과 짐꾼 노릇을 하러 나왔다. 이날 자활기금 마련 꽃팔기 행사는 숭실대에서도 동시에 펼쳐졌으며, 손짓사랑회 회원들이 두 곳에 나눠서 지원활동을 벌였다.
광림사 꽃꽂이 강사인 이보영 보살은 “오늘 꽃팔기 행사는 광림사 장애인들이 1~2년간의 꽃꽂이 실습을 통해 다진 실력과 자활의지를 실험하는 자리”라면서, “불자들이 먼저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켜준다면 이들의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유일의 장애인 봉사동아리인 손짓사랑회가 광림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5년부터. 90년 동국대 동아리로 결성된 손짓사랑회는 5년뒤, 손짓사랑회 지도법사인 해성 스님이 95년년 발간한 <불교 용어 수화집>을 으로 수화법회를 열면서 불교 신행단체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도 300여 회원 가운데 매년 100여 명의 신입회원들이 들어오지만, 이중 40% 정도는 이웃 종교인이나 무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짓사랑회가 아무런 불협화음 없이 신행단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불교 수화를 배우면서 부터다.
손짓사랑회 회원들은 자체 교육 과정을 통해 불교 수화로 반야심경, 삼귀의, 사홍서원, 찬불가 등과 같이 법회 진행에 필요한 불교 수화를 익히는 것은 물론 <부처님 전생담>, <금강경>, <화엄경> 등을 수화로 옮기는 연습도 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은 하심을 배우고 분별심도 떨쳐내며 신심을 기르고 있다.
안문남 회장은 “1~2년간의 불교수화 교육을 진행하며 매주 광림사 연화복지원을 방문, 수화 봉사로 청각장애인의 법회 진행을 돕다보면 회원 대부분이 불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손짓사랑'이라는 말만큼이나 아름다운 청년 동아리 손짓사랑회의 활동은 광림사의 청각장애인 돕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초중고 종합학교인 서울 농학교를 비롯해 일반학교 수화특활 강사로도 활동하고, 청각장애인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동참하며 신행 현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제13회(2001년) 아산사회복지대상에서 청년봉사상을 받기도 한 손짓사랑회는 청각장애인 불자들의 연등축제와 수화연극, 하루찻집 등 행사지원과 무료과외공부, 컴퓨터 교육지원 등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13년 전통의 손짓사랑회의 최대 사업은 수화기초반을 여는 것. 3개월 과정의 기초반을 마치면 수료증이 주어지고, 수료식 때 수화공연을 한다. 자체적인 수화교육을 통해 불교수화 보급에 앞장서면서 불자 수화통역사 등의 배출에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에 하나 뿐인 장애우 동아리로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손짓사랑회는 매년 수화페스티발을 개최해 일반인들의 수화사랑을 유도한다. 기초 수화강좌는 소정의 교재비를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광림사=(02)2202-5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