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인가를 받은 50개 불교대학으로 구성된 불교대학대표자협의회(이하 협의회)와, 이에 대응해 29개 불교대학들이 구성한 불교교육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서로 맞서고 있다. 협의회는 조계종 포교원이 제정, 공포한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에 따라 종단에서 전문교육기관으로 인가받은 불교대학으로 구성된 단체이고, 연합회는 시행령에 반발한 불교대학들이 동산불교대를 주축으로 구성한 단체이다. 협의회 소속 불교대학에는 약 4천여 명의 불자들이 등록돼 있고 연합회 소속 불교대학에는 약 3천여 불자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불교대학의 이원화는 2002년 2월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두 단체 간의 대립은 올 1월 연합회가 자체 포교사 고시를 실시하고 포교사 양성에 들어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이원화 체계가 굳어지면서 ‘과연 누굴 위한 불교대학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불교대학 이원화의 배경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양분된 이유는
조계종이 2002년 2월 제정, 공포한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은 상당수 불교대학들의 반발을 샀다. 이 시행령은 전문교육기관 인가요건을 ▲1년 이상의 학제 ▲4명 이상(조계종 승려 2인 이상 필수)의 교수 ▲30명 이상의 입학정원 ▲학생 1인당 1.33제곱미터 이상이 강의실 확보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불교대학 전반에 대한 포교원장의 지도 감독과 학사 관리 및 회계에 대한 정기 감사와 보고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에 따라 인가를 받은 불교대학은 지난해 6월 협의회를 구성했다. 반면에 동산불교대학, 보현불교대학, 금강불교대학, 사르나드불교대학 등은 조계종 승려 2인 이상 확보와 1인당 일정 기준의 강의실 확보 등의 조건에 대해 불교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확보만 하라는 것은 너무 까다로운 규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불교대학 운영에 대한 포교원의 지도와 감독, 정기 감사와 보고 규정에 대해서도 예산을 비롯한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운영 간섭만 하겠다는 것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논리라고 맞섰다.
연합회는 “무조건 조계종에 맞추어 따라오라고 하는 포교원 시스템이 너무 경직돼 있다”며 “불교대학의 자율과 개성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합회 불교대학들은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되면 불자 기본교육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조계종은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신도교육을 기본-전문-지도자-재교육 체계로 정하고 종단에 등록한 불교대학을 전문교육 기관으로 지정했다. 또한 전문교육기관 인가를 받지 않으면 포교사 고시 응시자격을 제한받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활동 무대를 열어주기 위해서 자체 포교사 고시를 실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밖에 없고 연합회는 그런 취지에서 구성됐다고 말한다.
반면 조계종 포교원은 ‘신도전문교육 시행령’은 90년대 이후 꾸준히 신도교육 체제를 정비해가는 과정에서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조금씩 수정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신도교육의 체계를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불교대학 양분의 문제점
불교대학의 양분되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점은 포교사 배출 창구가 이원화되는 것이다. 또 연합회와 협의회를 졸업하고 활동 중인 포교사 간의 위화감, 어떤 불교대학에 등록하고 어떤 포교사 고시를 볼 것인가에 대한 불자들의 고민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136명이 배출된데 이어 앞으로 연합회 포교사가 적극 활동을 하게 되면 기존 협의회 소속 포교사와 연합회 소속 포교사가 포교현장에서 맞부딪히게 된다. 또한 협의회와 연합회가 서로 다른 커리큘럼으로 포교사를 양성하고 있어서 불자 교육 및 포교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 동안 조계종 포교사의 한 축을 구성했던 동산불교대 등 연합회 불교대학 출신 포교사들은 후배들이 조계종 포교사 고시에 응시할 수 없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반 불자들 역시 어떤 불교대학에 가야하는가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한쪽 소속 불교대학에 다니는 불자들이 다른 쪽 포교사 고시를 봐야 한다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불교대학 간의 대립은 불교를 공부하고 불법을 알리겠다는 불자들에게 실망과 함께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조계종 등록 불교대학 중 전문교육기관으로 인가받지 못한 불교대학들이 포교사 고시 응시자격을 제한받음에 따라 신입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존폐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된 것도 큰 문제점이다.
▲양측 입장
양측이 팽팽히 입장이 맞서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극한 대립 양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계종은 연합회 소속 포교사는 물론 연합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조계종 포교사의 포교활동을 침해할 경우 종단 차원에서 대처한다는 내부 방침으로 세워 놓고 있다.
연합회는 불교다도포교사 등 포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등 계속해 활동범위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 단체간의 갈등이 해소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불교대학의 위상과 신뢰성 저하는 물론 불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