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5가. ‘항상 즐거움이 가득한 집’이라는 뜻을 가진 장애아시설 상락원(常樂院). 1층 보련방에 아빠처럼 생긴 기자들이 들어서자 아이들이 ‘아빠’를 외치며 달려든다. 뇌성마비 2급 장애아인 민아(5)는 남자 아이들보다 더 막무가내로 매달린다. 매일 엄마들만 보다보니 아빠가 그리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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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방의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뇌성마비에 걸린 소윤(5)이, 다운증후군에 걸린 지민(4)이, 선천성 심장병에 걸린 세련(3)이를 비롯해 정신지체, 자폐증, 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유형을 갖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부모로부터 떨어져 자라서인지 따뜻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몸짓이 여느 아이들보다 절절했다.
"아이들을 너무 많이 안아주면 안되는데 그게 쉽지많은 않아요. 너무 많이 안아주고 나면 나중에 더 심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요. 이렇게 품에 와서 안기는걸."
매주 화요일 상락원에서 주방 일이나, 청소, 아이들 돌보기를 하고 있는 ‘이공회’(회장 이화순)의 회원인 황옥순(64, 서울 용산) 보살은 품속에서 마냥 어리광을 부리며 좋아하는 아이를 차마 떼어놓지 못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연신 민성(3, 뇌성마비 2급)이를 안고 코를 훔쳐주는 원영화 보살(62, 용인 수지)은, 3년전 처음 왔을 때는 표정이 어두웠던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즐겁다고 말한다.
“뇌성마비(1급)로 걷지도 못하던 태준이가 5살이 되어 걷게 되었을 때는 친부모처럼 기뻤어요. 매주 화요일 방문하는 우리 엄마들을 보면 한시도 안떨어지려 하죠.”
원영화 보살은 ‘봉사하며 어려움을 없었냐’는 질문에, “매번 아이들을 돌보러 왔다가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되어 돌아가는 걸요.”라며 정색을 한다.
상락원에는 83명의 지체-시각-정신 장애 아동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24시간 보호자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안기와 눕히기 등 기본적인 활동에서부터 식사, 대소변, 목욕 등 아이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것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이곳 상락원에도 월평균 약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능숙한 솜씨의 보육교사 33명이 8개의 방마다 두명씩 배치돼 있지만, 10명을 넘는 아이들을 돌보는 허드렛일을 도와줄 자원봉사자가 필수적이다.
이공회 회장 이화순(50, 일산 분당) 보살은 “아이들을 대하는 일인만큼 자원봉사자가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1일부터 상락원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공회’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자 교육 20기 졸업생 6명이 만든 미니 봉사모임. 6명의 회원들은 모두 원찰을 갖고 불교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매주 2~4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보현행자들이다. 자식을 책임지지 않는 부모, 또 책임지기에는 너무 벅찬 사회 현실. 그러나 24시간 근무체제의 33명의 상락원 교사들과 함께 엄마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이공회 회원들은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千手千眼)과 다름없었다.
상락원 사무국장 지웅 스님은“두 팔과 온전한 몸과 마음을 가진 우리가 다른 한 팔과 등 한쪽을 살짝 빌려 줌으로써 그들이 더 많은 것을 듣고 말할 수 있도록 사랑의 눈길, 자비의 손길로 감싸달라”고 당부했다. (02)921-6410,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