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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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음선원 부원장 성향 선사-上
숭산 스님으로부터 인가받은 최초의 여성

“보살의 서원은 나를 필요로 하는 어디든지 가라고 요청합니다. 지옥에서 중생들을 돕는 지장보살은 어느 곳이든 달려가 중생을 구제하라고 서원을 일깨웁니다. 그 서원에 따라 나의 파트너와 딸들과 함께 병원에서 일할 때나 무엇을 하든 나는 그것을 수행으로 여깁니다.”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의 초기 미국인 제자이자 조계종 재미홍법 관음선원(Kwan Um School of Zen, 원장 숭산)의 부원장인 성향(Barbara Rhodes) 선사. 미국에서 가장 먼저 공식적인 선사(Zen Master)로 인가(1992년)받은 여성 중의 한 명인 그녀는 선사이자 간호사로서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을 겸한 독특한 선 수행자다.

1972년부터 관음선원 설립자인 숭산 스님으로부터 참선을 배운 성향 선사는 1977년 지도법사(Dhamma Teacher)로 임명됐다. 1992년 10월부터는 미국 관음선원의 부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플로리다, 시카고, 콜러라도, 코넥티쿠 등지의 선센터와 선모임의 지도법사도 겸임하고 있다. 1969년부터 로드 아일런드(Rhode Island)의 가정과 병원 등에서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종간호를 펼치고 있는 간호사이기도 한 그녀는 선사로서 보기드문 수행이력을 보이고 있다.

선사이자, 어머니, 간호사로서 1인3역을 하고 있는 그녀는 숭산 스님으로부터 참선과 함께 관음보살의 자비와 지장보살의 원력을 배웠다. 성향 선사는 임종간호를 통해 수도 없이 힘겨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중생 구제의 원력으로 시련을 극복해 왔다. 그녀의 능숙한 해결을 기다리는 많은 곳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지도하며 그녀는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이 원하더라도 기꺼이 가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가 지옥에서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면, 지옥에 가야 한다”는 스승의 말씀을 가슴에 새긴 성향 선사는, 자기 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숭산 선사는 제자들에게 헌신적인 사람이 되라고만 하지 않았죠. 큰스님은 자기 자신을 믿고 강해질 것을 원했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 책임있는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어요. 선(禪)에서 자신을 믿고 자신이 누군가를 찾는 것은, 무아(無我)를 확인하는 일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진실로 무명(無明)을 깨쳤다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남을 돕는 것임이 명백해질 거예요.”

성향 선사의 자비실천은 ‘이 뭣고’ 화두를 챙기는 수행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숨쉬고 있는 매순간 ‘이 뭣고’를 찾는 참선으로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실현하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란 의문은 당신을 매순간 진실로 이끕니다. '나는 무엇인가?'란 화두는 모든 것에 만족하는 마음 상태를 갖게 하죠. 지혜가 개발될 수록 지족(知足)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것은 당신이 어디로 다음 걸음을 떼어야 할 지 알게 합니다. 당신은 다른 곳에 있거나, 다른 사람이거나, 다른 무엇을 해야 한다고 원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순간순간, 당신이 직면하는 그 무엇에서 배워야 해요.”

화두 참구가 보살행의 실천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까. 깨달음을 구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 둘이 아님을 부처님께서는 누누이 강조하셨지만, 그 적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향 선사는 이런 난제를 이렇게 풀이한다.

“만약 당신이 모든 사람들을 돕겠다는 보살의 서원을 세웠다면, 새로운 의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하지?'라고. 우주는 매우 관대합니다. 조금만 주의를 귀울여 듣는다면, 그 대답은 저절로 나타날 것이고 사명감은 저절로 떠오를 것입니다. 당신이 고른 직업과 사명은 핵심이 아닐 수도 있어요. 당신의 일을 명석하게 자비심을 갖고 처리하세요. 어디로 한 발 내딛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한, 당신은 결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살행을 펼치되 언제나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수행해야만 하는 것입니다.”<계속>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2-13 오전 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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