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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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관음사의 ‘농선(農禪)’
‘농사 짓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일세(農心佛心).’
파종할 씨앗에 부처님의 대자비를 심고, 수확한 농산물에 우주의 감사함을 담아내는 도량. 밭 갈고 김 매면서 풀 한 포기마다 불보살의 명호를 새기며, 농산물을 먹는 이웃에 부처님의 공덕을 전하는 절. 경북 봉화군 상운면 관음사는 농토가 바로 ‘큰 부처 밭이요(大佛田)이요 작은 부처 논(小佛沓)’으로 알아 일터를 참선밭 삼아 수행하는 농선(農禪)도량이었다.

2월 10일 오전 관음사 법보전은 우렁찬 독경소리로 늦겨울 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삼귀의에 이어 농선도량 수행문 낭독, <108예불대참회문> 독경 등으로 시작된 이날 법회는 57일째 <불설아미타경> 기도와 계미년 정초 7일 산림기도 회향법회가 함께 진행됐다.

100여명의 신도들은 참회에 이어 <불설아미타경> 57일째에 해당하는 부분을 한글로 독경한 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것을 발원하는 ‘기도 염송문’을 낭독했다. 일상 생활 또는 수행중에 생겨나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가르침인 <보왕삼매론> 독송에 이어 농선수행자의 서원을 아로새겼다.

“첫째, 연기법을 우리 세계관으로 삼는다. 둘째, 부처님과 보살을 우리 삶의 모범으로 삼는다. 셋째, 무아 무소유 무아집을 수행의 지표로 삼는다.”

관음사 신도들이 보는 법회교재인 <농선도량 100일기도 수행법>에는 한글 경전과 함께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빈 칸에 마음공부의 진전 상태가 날짜별로 빼곡히 적혀있다.

헌공의식에 이어 진행된 순서는 산림기도 회향법회. 주로 정초에 하는 산림기도(山林祈禱)란 아상(我相)으로 대표되는 사상(四相)이라는 산을 허물고, 공덕을 수풀처럼 많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부처님의 광명이 자신에게 나타나는 것을 가로막는 아상(我相)이라는 망념의 높은 산을 없애고, 그 땅에 부처님 공덕을 심는 수행이다.

100일 기도중 새벽기도를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김주익 불자의 집전으로 열린 회향법회에서 이승훈(39, 봉화읍) 봉화불교법우회 회장은 “정초 기도의 찬탄과 공양, 발원의 힘으로 한 해 공부를 슬기롭게 지어가자”고 말했다. 주지 농선법사의 법문에 앞서 최고령자인 유서형(80, 봉화읍) 할아버지는 “1949년 동명 큰스님(1985년 입적)이 이 곳에 농선도량을 연 후 하루 같이 농사 일과 염불, 독경을 겸해 온 신도들에게 감사한다”며 주지법사의 가르침에 따라 더욱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농선 법사는 “6년간 정토삼부경(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을 주제로 100일 기도를 계속하며 보리심을 발하고 현재의 삶에서 극락정토를 만드는 공부를 잘 해왔다”며, 일하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 되도록 매순간 발심하자고 설했다.

관음사의 농선 수행은 농민들이 일하는 가운데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농한기나 휴식시간에는 경전을 독송하거나 사경하고 절하고 참선하는 등 농사 일과 수행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농선병행(農禪竝行)을 강조한다. '하루 놀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청규(百丈淸規)를 설한 당나라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 선사의 가르침을 생생히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일상의 노동에서도 방심해서는 안되겠지만 ‘마음의 밭(心田)’을 가는 일에 있어서는 잠시의 방일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마음을 풀어놓으면 찰나간에도 수많은 업을 짓기에 일상속에서 매순간 일과 하나가 되는 평상심(平常心)으로 깨달음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96년부터 본격화된 관음사의 농선수행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역민과 함께 하는 형태로 전게돼 농촌지역 포교에 가장 적합한 방편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도시의 직장인이나 청년들이 수련회를 통해 농사와 수행을 함께 체험하는 이색 사찰수련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054)672-7940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2-13 오전 8: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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