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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읽기와 참선과 동등한 수행 방법이 될 수 있는가=‘될 수 있다’. 논강 참여자들의 공론이다. “참선을 통하지 않고도 해탈할 수 있다. 경전읽기와 참선은 동등한 공부방법이다. 경전읽기가 참선과 동등한 수행방법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경전 한 구 한 구에 천착하지 말고, 찰나 찰나에 드러나는 내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논주 각묵,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간경과 참선이 함께 가는 것이 전통수행법이다. 때문에 동등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같은 결제방식을 계속돼야 한다”(성륜, 화림원 원주), “정혜쌍수(定慧雙修) 차원에서 보면, 경전읽기와 참선은 별개가 아니다. 다만 불교의 정체성인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를 한국불교는 잊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전읽기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재연) 등 동등한 수행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은 이에 대해 “간경과 참선은 불이관계다. 깨달음을 위한 수행에서는 동등하다. 다만 경전읽기에는 충분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자구 해석에 매달리지 말고, 불교사 흐름에서 핵심을 드러내는 간경수행이 돼야 한다”고 총평을 했다.
▲간경결제가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에 대한 이해에 기여를 했는가=논주를 맡은 각묵 스님은 “금강경의 핵심은 상(샨냐)의 척파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아’와 ‘연기’를 천명했는데 한국불교는 이를 잊고, ‘아트만’, 생사초월의 근본자리, 영원한 자아 등 힌두교식의 발상으로 치우치고 있다. 이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 간경결제가 금강경 이해에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동화사 강주 해월 스님은 “간경결제가 금강경 이해에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강경의 핵심이 상의 척파라는 것은 옳지 않다. 반야바라밀이 핵심이다. 상에 묶이지 않는 반야 지혜의 실천을 이루는 것이다”며 전통강원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 같은 논쟁에 대해 도법 스님은 “금강경의 핵심은, 상의 척파가 곧 반야바라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불교가 그간 경전과 선의 절대화를 묵과해왔다. 때문에 불교를 신비주의와 관념화의 늪에 빠지게 했다. 이 같은 현실을 진단해내고, 부처님의 원음이 살아있는 초기불교를 통해 ‘중도’란 정상궤도에 되돌려 놓고자 하는데 이번 간경결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의 척파와 무전제 수행을 강조하는 남방불교 관점 금강경이해와 상에 얽매이지 않고, 진여 등의 개념을 배제하지 않고는 불교를 세울 수 없다는 전통강원의 이해가 ‘해석의 다양성’을 생산해냈다는 평가다.
▲‘열린 논강’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논강의 밀도가 떨어진 것을 사실이다. 다만 금강경이라는 전문성과 불교와 사회문제를 동시에 언급할 대중성 문제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고, 출재가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적극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화림원 원감 재연 스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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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 “한국불교의 수행자상을 금강경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주장으로 넘어서다보니 일방적인 논조로 흘렸을 뿐이다. 앞으로 논강이 계속 진행될수록 나아지라고 본다”(해월), “논강의 내용이 철저히 공개됐다. 출재가가 함께 법을 논의했다는 점은 새로운 토론 문화를 보여줬다”(해강 화엄학림 학감), “결제 대중들 스스로가 스님 법문만 듣고 갔던 구태연 한 습관을 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실상사 용묵) 등은 이번 결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도법 스님은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간경결제를 가꿔나가야 한다. 이 같은 시도가 한국불교 수행풍토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길이 되고, 우리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