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이 쪽도 긁어줘.”
1월 29일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수동계곡에 위치한 에덴노인요양센터 2층 목욕실. 천수천안자원봉사단 무량사팀 봉사자들이 설날을 앞두고 치매 노인들의 목욕봉사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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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자원봉사팀이 이 곳에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고양시사암연합회(회장 홍선, 무량사 주지) 부설 천수천안자원봉사단이 창단되면서 부터다. 무량사 봉사팀들은 남양주시 관내에 불교복지시설이 전무해 개신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에덴노인요양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것. 처음에는 이웃 종교를 믿는 노인들이 절에서 온 불자들임을 알고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은은한 정성으로 간병하니 저절로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이제는 불교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졌고 스님과 사찰에 대해 물어보는 노인들도 생겨나, 오히려 수요처를 잘 택했다는 게 봉사자들의 말이다.
20여 팀원과 함께 매주 수요일 4~5명씩 조를 짜 치매 노인들을 돌봐 온 고연숙 보살은 “처음 종교 문제로 갈등도 있었고 치매 노인들의 변을 치우다 토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려움을 하나 둘 극복하다보니 이제는 내 부모님 보시는 일처럼 기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무량사 등 30여 사찰의 신도로 구성된 천수천안자원봉사단의 단원은 모두 300여명. 지난해 5월 11일 봉사단이 창단되기 전에는 내 절만 챙기던 불자들이, 이제는 사찰 구별없이 서로 돕고 선의의 경쟁심을 발휘하고 있다. 절에서 배운 교리공부를 보살행으로 회향하면서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겸한 불교의 참뜻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자원봉사단 창립을 이끈 고양시사암연합회장 홍선 스님은 “가정과 절에서 불교 공부를 하던 불자들이 사회 속에서 참 봉사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날로 진리에 눈떠가는 모습을 보게된다”며 단원들을 자랑한다.
천수천안자원봉사단이 불과 8개월만에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탄탄한 조직으로 자리잡은 것은 체계적인 교육 때문에 가능했다. 3회에 걸쳐 전문간병자원봉사자 초급교육을 수료한 단원은 221명. 이들이 국립암센터, 한국경진(장애인)학교, 일산노인복지관, 인덕원, 남양주시 정신보건센터, 홀트일산복지타운 등에서 간병(안부전화 이미용 봉사 등) 및 특기(생활체조, 레크리에이션, 수지침, 지압, 발맛사지 등), 가사(청소, 도시락 배달, 주방일 등)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정미정 사무국장(사회복지사)은 “종단을 초월해 지역 사찰의 신도들이 자원봉사단을 결성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기독교 일색의 자원봉사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기존 수요처에서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등 지역 포교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장애인, 아동, 의료분야의 다양한 자원봉사를 시도하고 있는 천수천안자원봉사단은 그러나, 아직 타종교 자원봉사단의 기득권이란 장벽에 막혀 고심하고 있다. 무료 간병을 자원할 정도로 적극적인 의욕을 보여 호스피스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치는 한편, 일산 동국대 불교병원 호스피스 활동에 나설 대책을 강구중이다.
이를 위해 봉사단은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전문간병자원봉사자 중급교육을 실시해 보다 원숙한 봉사자들을 배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단법인을 설립, 자생적인 봉사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031)96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