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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보살님, 노 거사님, 청신남, 청신녀 등 30여 화계사 선우회 회원들이 벽을 보고 돌아 앉아 화두일념에 들었다. 배꼽 세 치 아래 단전(丹田)에 마음을 모은 채 수식관을 곁들여 ‘이 뭣고’ 화두를 챙긴다.
코로 숨을 들이쉬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동안 ‘이 뭣고’, 잠시 숨을 멈춘 하나 둘 셋 동안‘이 뭣고’, 숨을 내쉬는 ‘하나 둘~여섯 일곱’에 ‘이 뭣고’.
저녁 9시, 회원들은 오분향례로 예불을 모시고 외국인 스님들이 정진하는 국제선원 선방의 4면 벽을 향해 좌복 위에 앉는다. 입승 소임을 보는 권유리심(75, 서울 충무로) 회장이 죽비 소리로 입정을 알리자 갑자기 시간과 공간은 정적으로 멎고, 오직 벽거리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남는다. 목으로 넘어가는 침소리조차 너무나 크게 들리는 50분이 지나가면 10분의 방선 시간.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여 선방의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포행이 시작된다.
포행은 다리가 저리고 졸음이 와서 좌선을 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가볍게 걷는 행선(行禪). 호흡에 맞추어 천천히 조용하고 위엄 있게 걸어가면서 선정을 닦는 것이다. 시선은 앞으로 가볍게 떨군 채, 한번의 호흡에 서너 발자국씩 걸으며 보폭도 평소의 반쯤 짧게 천천히 10분 동안 걷는다.
포행을 마치는 죽비가 울리자 보통 걸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와 다시 합장하고 좌선방석을 정돈한다. 그후 두 번의 50분 참선 후 11시 50분에 죽비소리에 맞춰 108배를 한다. 108배후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죽을 먹으며 회원들끼리 법담을 나눈 뒤 새벽 3시까지 정진을 계속한다.
휴식시간에 3시간 동안 정진하던 한 청년이 처음 선방에 왔다며, 화두들 때의 호흡법을 회장인 권유리심 보살에게 묻는다.
“좌선할 때의 숨은 모두 코로 들여 마시고 내쉬도록 하세요. 의식을 배꼽아래 단전이 집중한 채 깊은 숨을 천천히 가늘고 길게 들이 마시고 내쉬세요. 호흡의 길이는 들이쉴 때 다섯을 세고, 멈출 때는 셋, 내 쉴때는 일곱을 세면서 ‘이 뭣고’를 드세요. 허파로 호흡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단전으로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 청년은 그동안 내쉬고(呼) 들어마시는 숨(吸), 즉 호흡법을 잘 모른 채 화두들 들어왔다며 권 회장에게 거듭 감사의 합장을 한다. <좌선의(坐禪儀)>에서는 좌선시 호흡을 조절하는 것을 '조식(調息)'이라고 하는데, 이 청년처럼 단전호흡법을 모른 채 화두만 들도록 가르치는 잘못된 간화선 교육의 병폐가 여기저기서 지적되어 온 터였다.
단전호흡은 코로 들여 마신 숨을 횡격막을 통과시켜 단전까지 끌어 내렸다가 다시 내쉬는 호흡이다. 숨을 들여 마실 때는 자연스럽게 힘을 지그시 주면서 아랫배(단전)가 나오도록 하고, 숨을 내쉴 때는 아랫배가 들어가도록 하여 숨을 명주실처럼 가늘고 길게 이어지도록 한다. 호흡을 조절하며 화두를 드는 것은 번뇌나 망상 속에 헤매거나 주위의 경계나 사물에 집착하지 않도록 마음을 조절(調心)해 자신의 본래면목(이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님)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선우회가 이처럼 수식관을 곁들인 화두드는 법을 잘 이어온 것은 화계사(www.hwagyesa.org) 조실 숭산 스님의 자상한 지도 덕분이었다. 26년 전 권유리심 보살과 조카인 강보덕공(68, 서울 신월동) 보살을 중심으로 숭산 스님을 모시고 화계사 대중방에서 정진하던 당시에는 매일 각자의 생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화계사 대중방에 모여 참선을 했다. 숭산 스님은 1주일에 한번씩 모든 회원들에게 직접 공안 점검을 해주며 공부를 독려했다. 숭산 스님이 해외로 전법여행을 나갈 때면 선우회 회원들이 같이 동행해 푸른 눈의 외국제자들과 함께 정진하기도 했다. 요즘은 50여 회원들이 숭산 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외국인 스님들이 정진하는 선방에서 철야 참선정진 법회를 열고 있다.
10년전부터 주말 철야정진을 해 온 이보리심(75, 서울 대치동) 보살은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이뭣고’를 들면 망상을 조복받고 마음자리가 밝아져 어떤 일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근심도 없어진다”면서 젊은이들의 동참을 간곡히 당부했다. (02)902-2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