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스님 배출이 소원입니다”
1월 18일 전북 남원 실상사. 이날 저녁부터 화엄학림 강당에서 열리는 ‘금강경 결제 제8회 논강’에 참석하려는 불자들이 경내를 가득 메운 가운데, 공양간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텃밭에서 길러온 유기농 야채를 가져와 저녁공양을 준비하는 불자들이 보였다.
이들은 최근 교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금강경 결제’를 주최한 화엄학림의 후원단체인 화엄회(회장 김정진) 회원들. 정성스럽게 공양물을 준비하는 회원들과는 별도로 나머지 회원들은 이날 점심 때부터 법당 바닥 및 주변 청소, 불단 정리, 방석 정리, 난방시설 점검 등 손님맞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후 6시 논강이 시작되자 화엄학림 강당은 발 디딜 틈도 없는 참석자들로 차 100여명이나 강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실상사 신도들과 전국에서 온 화엄회 회원들은 이 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하고, 따로 후원 큰방에서 기도 정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화엄학림 도서관장 성륜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된 예불, 천수경 독경, 석가모니불 정근이 1백여 회원들의 일치된 염불 소리처럼 한마음으로 느껴졌다. 화엄학림 설립 1년 후 96년부터 시작한 ‘사람과 하늘의 스승(人天師)을 키우겠다’는 인재불사를 발원하는 기도다.
10시경 금강경 논강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자, 화엄회는 화엄학림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제 28회 철야정진을 시작한다. <자비도량참법> 참회기도에 들어가기 앞서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이 법문을 통해 화엄회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한다. “95년 설립된 화엄학림이 25명의 강사급 졸업생을 배출하고 ‘금강경 결제’와 같은 논강을 펼칠 수 있게 된 것도 화엄회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인재를 배출하지 않고선 불교의 미래도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스승을 배출하는 교육불사가 잘 이뤄지도록 계속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이어 해강 스님의 집전으로 참회기도와 108배 정진이 이어지자 회원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힌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스님들의 배출을 위해 조용히 뒷바라지만 해온 화엄회가 석달마다 '인재불사'를 발원하며 7년 동안 철야정진을 빠짐없이 해온 것은 남을 위한 기도와 자기 공부를 겸한 수행의 일환이었다.
화엄회는 2001년 11월 230여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창립행사를 갖고 전국 9개 지회도 구성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화엄학림 후원회’란 이름아래 뭉친 것은 지난 96년이다. 화엄학림이 설립된 지 1년 만에 실상사를 사랑하는 불자들은 아무 조건없이 매달 1만원의 후원회비를 모았다. 그동안 회비를 모아 화엄학림 강당과 화림원 건물을 지었고, 대웅전 복원불사에도 참여했다. 스님들이 2001년 지리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며 백두대간, 낙동강, 지리산 종주순례에 나섰을 때도 회원들은 순례를 뒤따르며 공양물 등 물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회원들은 저마다 자기 수행에도 철저하다. 1천배, 3천배 철야정진은 물론 <금강경>등 경전공부에도 열심이다.
화엄회는 현재 학림을 졸업한 스님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화림원'의 마무리 불사를 전개 중이다. 화림원은 화림학림 졸업생이나 뜻을 같이하는 스님들에게 연구 및 수행공간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김점진(72, 무애심) 회장은 “사찰의 건축불사를 후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의 주인이 될 훌륭한 스님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며 “원효, 의상 스님처럼 어려운 시대 등불이 되는 스님을 배출하는 화엄학림 후원에 불자들의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063)636~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