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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립 동국대에 선학과가 없어진다?
‘선학과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12월 10일 동국대 선학과 교수 현각 보광 혜원 종호스님과 강사, 대학원생 학부생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상총회가 열린 정각원 법당 안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다.

사회자 선학과 학과장 종호 스님은 “선을 종지로 하는 조계종의 종립대학에서 선학과가 폐지되는 것이 합당하느냐”며 “이 순간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선학과의 존폐가 결정된다. 모든 선학인의 의견을 모아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잡자”고 말했다.

“과연 선학과가 이 시대 정신이념을 구현하는 학문과 실천행이 될 수 있는지 의견을 모아보자”는 종호 스님의 기조발언에 참가자들은 모두들 고개를 숙였다.

선학전공 1명만 신청

지난 11월말 동국대 불교대학 1학년 1차 전공결정에 따르면 선학전공은 일반학생 단 1명에 불과했다. 스님들은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또 22명의 미신청자중 2차 전공결정 기간인 내년 2학년 1학기 선학전공 신청 의향이 있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폐과위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03학년도 선학전공 개설강좌중 2학년 전체과목이 폐강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2004년부터는 선학전공 전 강좌가 폐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국대 학교규정집에 의하면 학과당 2학년 전공학생은 8명 이상이 돼야 폐과되지 않는다.

불교대학 학생들의 1차 전공결정의 경우 총 67명중 불교학은 39명, 인도철학 5명, 선학 1명, 미신청 22명으로 나타났다.

선학과의 폐과위기는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스님들이나 학생들이 비교적 입학하기 쉬운 불교대학에 입학한 뒤 타단과대로 전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교수는 “종비생 특별전형으로 특혜를 받아 입학한 스님들도 타과 전과를 서슴지 않는다”고 적나라하게 말했다.

그러다 보니 불교대학 불교학 인도철학 선학과등 3개과는 서로 알게 모르게 작은 인력시장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가는 상황이었다. 또 학생들의 수적 부족으로 수많은 강좌들이 폐강에 직면해 왔었고, 학과장이나 조교들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탁하여 그 위기를 넘기는 일이 아주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나

선학과에서는 불교대학 학부제 시행에 따른 입시전형을 포함한 제도적인 문제와 커리쿨럼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는 기존에 조계종 소속승려의 경우‘선학전공’으로 선발하던 것이 불교학부로 통합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선발형태와 관련 이날 비상총회에서는 불교대 학장이었던 보광스님이 동료교수인 종호 스님과 현각 스님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종호 스님은“학부로 통합하는 선발방식에 대해 학과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없이 조교를 시켜 임의로 작성됐다는 시행절차상 문제가 나와 교수 5인중 현각스님과 본인이 강하게 반대하고, 법산스님이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혜원스님이 문서를 찢어버린 것을 보광스님이 그것을 테이프로 붙여서 학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광스님은 “내가 그렇게 해서 전형방법이 바뀐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입시방침이 학부제로 되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것은 학생들이 연명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각스님은 “대학의 입시방침이 바뀌어서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그랬느냐”며 “경찰행정학과가 그대로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 보광스님 학장하면서 과오는 분면히 반성하시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어차피 올해와 2003년 부분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만큼 2004학년도 부터는 전형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커리큘럼 문제.

현재의 커리큘럼은 강원에서 이미 배운과목이 많아 스님들은 전공선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학생들은 취직 등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양쪽에서 환영을 못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신청자도 줄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학과는 겨울방학동안 뜻있는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커리큘럼조정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선상담사 자격증 수여등의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교수들은 스스로 교수와 학생들의 선학에 대한 열의 없음에 대한 반성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내 손가락을 물어뜯는 심정으로 반성한다”며 “선학과 교수들이 보다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학생들에게 선학에 대한 매력을 확신시켜주지 못한점에 대해 자괴의 심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선학과가 과거를 잊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대중의 아이디어를 모으자”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선학과는 1차로 동국대 선학과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 학부생등 40여명은 10일 정각원 법당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불교대 정원외 승려학생 25명 증원을 요청키로 했다.
또 2004년부터 승려학생들을 전원을 ‘선학전공’으로 선발하도록 건의하는 공문을 학교에 접수키로 했다.

선학과 교수들과 대학원생 학생들은 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설치된 학과를 계속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볼 수 없으며, 학교에서 제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키로 했다.

한 승려학생은 “선학과 폐과는 조계종의 종지를 올바로 교육하고자 하는 학과의 개설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조계종 승려들에 대한 바른 선학교육과 조계종의 기초교육기관으로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없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선학전공은 자연폐지 될 수밖에 없고, 실로 어처구니없고 참담하다 아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우 기자
wwkim@buddhapia.com
20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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