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불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잔치상 차리기에 나서면서 부산 불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주는 부산 불자들의 활약은 선수촌내의 불교관 운영과 43개 참가국의 서포터즈로 각 경기장에서 펼치는 열띤 응원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특히 선수촌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불교관은 불교 국가 선수들은 물론 한국의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다른 종교관이 문을 열지 않는 이른 새벽시간에도 불교관은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24시간 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불교관에는 그래서 이른 아침, 경기전 기도를 위해 찾은 선수들도 눈에 띈다. 부탄과 스리랑카의 선수들이 경기전에 법당에서 예불을 하는가하면, 중국의 우슈 선수와 싱카포르의 사격 선수 등 정신 통일이 강조되는 종목의 선수들이 즐겨 찾아 하루 평균 90여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매일 불교관을 찾아 상주 법사로 있는 무심스님, 본공스님 등과 대화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은 이들도 생겼을 정도. 인도네시아 우슈 선수인 드위(16) 선수는 “언제든 와서 참선도 할 수 있고, 스님들이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 경기에 큰 힘을 얻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외국인을 위한 선강좌를 하루 한번씩 열며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무심스님은 “포교한다는 생각보다는 참선을 통해 경기전 부담을 덜어주어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관의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슬람이나 타종교 국가 선수들도 방문, 전시된 한국 불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동명불원 신도들의 다도시연과 불화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마련했던 불교관은 5일, 삼광사 주최로 부산아시안게임 성공개최와 36억 아시안인의 화합을 기원하는 영산재를 열어 한국 불교의식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한편 각국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불자들의 활동은 부산 시청 시민 서포터즈 담당자들이 놀라움을 표할 정도로 가장 두드러진다. 2일 북한과 일본 여자 축구 경기 북한 서포터즈로 나선 영주암 신도들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 경기장을 찾는 열성을 보였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통일~조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응원에 나선 영주암 조실 정관스님은 “너와 나의 대립이 없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피도 역사도 문화도 같은 한민족인 북한을 응원하는 마음은 자동적”이라며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을 응원했다.
부산불교연합회 관계자는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부산 불교계에는 새로운 신행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불자들의 주인의식이 불교 내부의 활력소가 되어 불교 역량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