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부터 2박3일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청소년 평화?인권 캠프’가 열렸다. 경기 하남고, 경화여고 등 34명이 참가한 이번 캠프에서 청소년들은 ‘체험’과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인식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20일 오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재현된 위안소. 한 평 남짓 되는 이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할머니들이 겪었을 고통을 느끼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편지쓰기’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 때 당시의 실상을 여과 없이 체험보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편지쓰기에 참가했던 청소년들은 이어 위안부 역사관에 진열된 위안부 관련 자료와 유물을 관람했다.
학내 일본연구동아리 ‘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정아(18?경기 경화여고) 양은 “저 같으면 죽었을 거예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던 할머니들이 그 아픈 상처를 어떻게 참아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민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지는 위안부에 대한 설명과 일본군의 잔혹상, 그리고 나눔의 집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상을 담은 영상물 관람 시간. 지난 9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당시 67세)의 육성이 들려오자, 청소년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잠시 후, 앞마당에서는 ‘떡매치기’ 퍼포먼스가 열렸다. 한번은 일본제국주의 각성을, 또 한번은 진실규명에 소홀한 한국정부의 무책임성을, 마지막 한번은 지금의 경험을 망각하지 말자는 다짐의 의미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힘껏 떡매를 내려치며 ‘아픈 역사’를 털어냈다.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참가한 구애란(18ㆍ경기 하남고2) 양은 “이곳 할머니들과 만나게 되면서 역사적 진실을 깨우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며 떡판을 후려쳤다.
다음날 21일, 이른 아침부터 청소, 말벗 등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 학생들은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신대대책협의회가 주관하는 제522차 수요집회에 참가했다.
이번 캠프를 준비한 나눔의 집 변상철 연구원은 “어두운 역사적 사실을 체험과 퍼포먼스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캠프를 준비했다”며 “평화와 인권을 소중함을 일깨워준 것은 물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호주제나 부모양성쓰기 운동 등의 여성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큰 소득이였다”고 말했다.
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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