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제7차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중.고등학교 도덕 등을 비롯해 각 과목별 새로운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가 방안을 마련, 본격적으로 들어간 이번 교육과정에서 종교교육은 기존의 6차 과정의 골간을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종교일반’이 강화되고, 종립학교 이외의 학교에서도 교양과목으로 선택할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특히 21세기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맞춰 준비된 이번 제7차 교육과정은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는 가져올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선보인 초중고교 교과서에서도 여전히 불교 관련 내용의 서술오류, 종교편향적 서술, 편집상 부정확한 자료사진 수록 등 국정 교과서로서의 공신력까지 의심케 하고 있다.
이 같은 오류를 시정하지 않은 교과서는 인성형성에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가치관과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다음은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부설 청소년 문화연구소가 6월 1일 발표한 초중고교의 교과목 가운데, 불교 관련 내용이 언급된 국어, 국사, 도덕, 수학과목 등의 불교관련 내용오류와 종교편향적 집필과 편향 사례 등을 정리한 것이다.
●초등학교
초등학교 교과서는 불교관련 오류는 대체적으로 적지만, 종교편향적 편집 등이 지적된다. 3학년 음악교과서의 경우, 즐거운 노래 모음에 찬송가인 ‘탄일종’이 선택되어 기술되었는가 하면, 도덕 교과서의 ‘생활의 길잡이’라는 단원에서는 불교관련 내용이 없는 반면, 기독교에서는 슈바이처의 기도 부분과 교회의 종소리를 내세우고, 오웅진 신부의 꽃동네 이야기, 빈민굴의 성자 테레사 수녀의 일생 구제, 기독교 연대(CSI)의 활동 등 현장중심의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학교
▲도덕
7차 교육과정에 의해서 편찬된 중학교 도덕 1.2 교과서의 특징은 단원 마다 ‘인물학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도덕1에는 원효, 석가모니, 이황, 도덕2에는 이이 등이 설명되고 있는데, 중학교 1.2학년 학생의 인지능력으로 이해하기 힘들게 설명되고 있다.
원효의 화쟁사상, 열반, 8정도 등의 불교전문용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학습자의 수학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도덕1의 75쪽 자료사진에 나오는 <대승기신론소>의 책은 원효대사의 저술이 아닌 중국 법장대사의 저술이 원효의 저술로 바뀌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종교편향적 집필과 편집도 지적된다. 도덕1 첫 단원 ‘삶의 의미와 도덕’에서 ‘어느 학생의 인생곡선’이 그래프로 설명하는데, 산타할아버지의 그림과 십자가 표시의 묘지 그림이 삽화에 나타나 있다.
또한 도덕1, 74쪽과 도덕2. 236쪽에 똑같은 원효대사의 영정이 중복되어 있다. 도덕1. 61쪽 ‘세기의 천사’ 테레사 수녀의 사진, 103쪽 가톨릭 교황의 사진, 105쪽 오웅진 신부의 ‘꽃동네 이야기’, 도덕2. 77쪽에 마틴 킹 목사 등 근래 살았던 종교인들이 실린 반면, 불교인 단 한명도 없는 점도 지적된다.
▲국어
중1 국어, 생활국어, 4권과 올해 새로 편찬 중인 중2 국어, 생활국어 2권 등 총 6권으로 구성된다. 불교문학 작품의 경우, 고작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과 불경 ‘법구비유경 쌍요품’ 인용 이 전부다.
중2. 1학기 국어 102쪽에 ‘우리 고전의 맛과 멋’이란 단원에 실린 ‘서동요’에서는 지명법사의 주술성과 비현실성이 엿보여 승려의 언행과 불교가 황당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중1. 2학기 ‘능동적으로 읽기’ 단원에 실린 ‘요즈음 식생활’에서는 법정 스님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의 글귀를 인용, 마치 스님을 환경론자로 부각시켜 고유의 신분인 스님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반면, 강원룡 목사의 <30년 전의 그 날>이라는 수필은 자연스럽게 목사라는 신분에 걸 맞는 진솔한 신앙고백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글의 의도가 보인다.
이 같은 상반된 종교편향적 의도는 중3 국어책에 나오는 ‘만해 한용운’이란 전기문에서 스님이나 시인의 모습보다도 독립운동가로서의 모습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또한, 기존 6차에서는 불교문학작품이나 불교문화 유산, 스님, 재가불자나 일반인을 통한 불교적인 내용의 글이 많아, ‘제망매가(향가, 월명사)’, 따뜻한 석탑(기행문, 최신해), 다보탑(시조, 김상옥), 복종(시, 한용운), 만해 한용운(전기문, 김재홍), 공양미 삼백 석(고대소설 작자미상), 우리나라의 민화(설명문, 김철순). 월출산과 남도의 봄(기행문, 유홍준), 무궁화(수필, 유달영), 전통 문화와 효사상(설명문, 홍일식), 승무(시, 조지훈) 등이 실린 반면, 7차 교육과정에서는 전부 빠졌다.
▲국사
52쪽 ‘진흥왕의 영토 확장’에서 ‘진흥왕은 자장의 건의로 황룡사를 짓고 대규모의 불교 집회를 열어 국가의 평안과 발전을 빌기도 하였다’는 부분에서 자장이 누구인지 전혀 언급함이 없어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자장’을 ‘승려 자장’으로 표기해야 하고, ‘대규모의 불교 집회’를 ‘대규모 불교법회’로 바꿔야 한다.
▲수학
7차 교육과정 수학7-가(중학교1학년) 11종 교과서와 자습서, 교사용지도서 나타난 불교적 오류와 문제점은 대부분 서양적인 수학사관에 의해 기술되어 기독교적 성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공집합과 0의 비유에서 ‘성경의 창세기의 신처럼’으로 인용되고 있는 점을 비롯해, (주)고려출판 수학7-가(중학교1학년) 41쪽에는 이진법에서 라이프니츠의 ‘이것은 신의 작품이다. 1은 ’신‘을, 0은 ’없음‘을 의미한다. 신은 0과 1로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도록 창조한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라비아숫자의 기원은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숫자와 인도의 위치적 기수법은 소개되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
▲국사
1995년 구례 화엄사의 석탑에서 발견된 두루마기 불경이 실리는 등 최근 자료까지도 다루는 점도 있지만, 6차 교육과정까지 있었던 원측의 유식불교에 대한 설명이 본문에서 삭제되고, 245쪽 의상의 화엄사상 부분에서는 전제정치의 뒷받침했다는 대목에 문제가 지적되자 신라사회에 끼친 역할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선시대 서산대사와 승병들의 활약에 대한 기술이 들어가 6차에서는 기술되지 않았던 조선 중기 불기에 대한 서술이 보인 것은 발전된 모습으로 평가된다.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