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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포교단체인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대표이사 성운)가 3월 21일 발표한 ‘자비의 말씀 게시판 훼손 실태’에 따르면, 2001년 1년 동안 파손된 게시판은 총 45개로 월평균 3건 수준이었으나 3월 들어 13개의 게시판이 훼손돼 4배 이상 증가했다.
훼손 정도는 초창기 껌을 붙이거나 아크릴을 흠집내는 수준이었던 반면 최근 훼손되고 있는 게시판은 아크릴과 포스터가 통째로 사라지고 있다. 심한 경우는 도구를 이용해 판넬을 파손, 교체나 재생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훼손 형태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대구 지하철의 월배역 등 일부 역에서는 파손으로 인한 교체 직후 재발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 서울 지하철에서는 1개 노선의 104개 게시판에 모 대중목욕탕의 불법 선전 스티커를 붙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스티커는 지하철역사에 설치돼 있는 다른 게시판에는 전혀 부착되지 않고 ‘자비의 말씀’ 게시판에만 부착돼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훼손 수준이 심각해지고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풍경소리는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풍경소리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훼손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다가 훼손 현장 목격자의 제보가 한건도 접수되지 않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풍경소리 이용성 사무처장은 “최근 발생하는 훼손사례는 악의나 고의를 품고 계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훼손 정도는 ‘훼불’ 수준”이라며 “훼손범과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데다가 4명의 실무진이 15일 간격으로 교체작업을 하는 도중 훼손사례를 발견하고 있어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자비의 말씀’ 게시판은 99년 9월 서울지하철공사 소속 역 115개소에 460여개가 설치된 이래 450여 역, 1600여개로 늘어났다. 1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950여만명의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불교의 대외이미지 개선 효과와 포교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른 지하철 포교의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게시판 훼손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교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지하철 포교에 대한 무관심이 훼손 증가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비의 말씀’ 게시판에 대한 효과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모든 불자들이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박봉영 기자
bypark@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