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기간 중 고유의 민족문화가 깊게 스며있는 전통사찰을 외국인들에게 개방, 한국불교를 알리게 될 템플스테이(Temple Stay) 운영이 70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계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템플스테이 사업의 준비에 사무국과 31개 사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성을 가지고 31개 참여사찰의 시설개보수 및 특색 있는 프로그램 준비, 해외홍보, 외국인 모집 등이 관건이다.
템플스테이 사무국은 3월 12일 운영사찰 회의, 21일 참여종단 대표자 회의를 갖고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1박2일 문화체험, 2박3일 수행체험 등 기본프로그램과 3박4일 사찰특성 프로그램을 개발 각 사찰에 시달했다. 문화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사찰에서 1박을 하며 사찰음식을 접해보고 예불, 참선, 발우공양 , 인경, 다도 체험 등을 가능토록 했다.
수행체험 프로그램은 불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불교적 수행방법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으로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범패시연, 녹차제작, 사경, 탑돌이, 선무도 등이 가미됐다.
31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운영현황을 분석한 결과 1회당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수는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사찰은 수원 용주사, 양산 통도사, 해남 미황사, 제주 광명사, 부산 삼광사 서울 탑주심인당 등 6개 사찰이다. 80명 이상을 수용하는 사찰은 김천 직지사, 평창 월정사, 제주 약천사, 서울 봉은사 봉원사 등 5곳이며, 50명 수용사찰은 서울 조계사, 인천 전등사, 대구 동화사,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고창 선운사, 원주 구룡사, 속초 신흥사, 서울 관문사 등 9곳이다. 나머지 11개 사찰은 1회당 20~40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사찰의 경우는 대중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적은 인원을 수용하는 사찰은 2~4인용 방사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사찰들의 운영희망 프로그램으로는 월정사, 송광사, 백양사, 화엄사, 선운사, 금산사, 내소사 등 7개 사찰이 연등만들기 암자사찰순례 산행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외에 해인사 인경체험, 통도사 불화그리기 체험, 조계사 불교아트벼룩시장 전통놀이마당, 봉은사 목탁실수 인경체험, 전등사 염전 자연사박물관 체험이 실시된다. 또 봉원사 영산재 시연, 동화사는 서각체험, 미황사 탁본체험, 직지사 태극권 탁본, 범어사 불무도 시연, 약천사 범종타종체험 문화산책, 신흥사 산사음악회, 묘각사 전통 혼례재현, 실시 등이 대표적이다.
템플스테이 사무국장 주경스님은 “4월경이면 템플스테이 준비가 7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빠르게 업무의 가닥이 잡히고 있어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각 사찰에서 실시예정인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다.
+ 통도사 불화그리기 체험
설법전과 산내 암자 취운암 보살선원에서 실시되는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불교회화 전문 성보박물관을 둔 사찰답게 불화그리기 체험이 주력 프로그램이다. 불화그리기 체험프로그램은 거대한 괘불을 특수 디자인해, 개개인이 직접 괘불의 조각 조각을 그리고 그것을 모두 붙이면 하나의 거대한 괘불이 완성되게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 개인이 그린 괘불 조각에는 나라이름과 개인의 이름이 쓰여지며 나중에 월드컵 관련 특별전에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판각을 파는 장면을 재현하고 판각을 직접 찍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 봉원사 영산재시연
서울 신촌 봉원사는 5월 30일부터 6월 28일까지 한 달간 매일 오전 11시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불교종합예술 영산재를 시연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범패(음악), 장엄(미술), 작법(무용)이 어우러진 영산재(중요무형문화재 50호)를 관람하고 불교음악의 진수를 느끼며, 발우공양을 직접 경험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특히 이번 월드컵기간에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비 법고 바라춤과 식당작법이 시연된다. 또 한중일문으로 된 홍보책자도 나누어주어 영산재를 널리 홍보한다.
+ 해인사 인경체험
합천 해인사는 ‘대장경 경판 인경 체험’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보 제32호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 모본에 외국인들이 직접 먹물을 바르고 인경하며 대장경의 인쇄술의 우수성을 체험토록 한다.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인쇄한 종이를 기념품으로 소장토록 하여 본국에 가서도 한국불교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해인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대장경 전시 관람과 목재채취에서부터 판각까지 경판 제작과정 소상하게 소개하여 팔만대장경에 스며있는 불심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 동화사 서각체험
서각(書刻)은 나무판에 서각도(끌과 칼)를 가지고 글자와 그림을 새기는 것이다. 동화사는 외국인들이 잘 다듬어진 목판 위에 경전말씀이나 선구를 새기게 하여 색다르게 부처님 말씀을 전한다.
특히 부처님말씀을 한자 한자 옮겨 쓰며 삼배를 올리듯이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자가 나올 수가 없는 만큼 사찰의 주련이나 현판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 또 목판 위에 한 자 한 자 부처님 말씀을 새기고 그 글자가 드러날 때마다 느껴지는 환희심은 외국인들의 가슴에 오래남는 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황사 탁본체험
해남 미황사는 부도 탁본체험을 한다. 탁본은 쇠나 돌 따위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먹물에 묻혀 종이에 원형대로 옮겨 베끼는 인쇄기법이다.
부도 탁본(拓本)은 부도 표면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종이에 있는 그대로 옮기기는 작업이다. 미황사는 넝쿨과 이끼에 의하여 뒤덮혀진 채 오랜 풍상(風霜)을 견디어온 부도의 탁본을 통해 한국불교문화의 역사성을 외국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 전등사 염전체험
전국에서 품질이 최고로 손꼽히며, 우리나라 몇 개 남지 않은 천일염전이 소재한 강화도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인천 전등사가 염전체험을 실시한다. 외국인들에게 정제된 소금이 아닌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체험을 통해 한국전통 생활양식을 배우도록 한다.
이밖에 전등사는 염전체험과 함께 민통선 내에 있는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을 연계하여 한국 동식물을 보여준다.
+ 묘각사 전통혼례
서울 묘각사는 전통혼례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통혼례란 젊은 남녀가 하나로 합쳐 위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아래로는 자손을 후세에 존속시켜 조상의 대를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결혼의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통혼례식을 참관케 함으로써 육체적인 관계의 절제, 부부가 서로 공경하며 서로 참아 가는 도리, 가정이라는 하나의 공동사회 생활 영위, 일생의 일대경사로서 축복의 의미를 함유한 혼인의 의의를 되새기도록 한다.
김원우 기자
wwk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