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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시대의 포교환경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쏟아져 나오듯이 리모콘을 돌리면 140여개에 이르는 채널들이 쏟아진다. 3월부터 시작되는 디지털 위성 방송으로 다채널 시대가 본격화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 영상 포교 환경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안방 신행환경의 혁명적 전환

2002년 5월 어느날, 대구에 사는 40대 김모 보살이 거실의 TV를 켠다. TV 리모콘에서 ‘즐겨보기’ 버튼을 누르자 불교TV의 채널 번호와 프로그램 시간이 화면에 나타났다.

평소 친견하고 싶었던 큰 스님 법문 프로그램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2시. 다시 예정된 시간에 TV를 켰다. 법문을 듣다 보니 내용이 너무 좋아 저장을 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보고 싶어졌다.

법문하는 스님의 이력 또한 궁금해졌다. 김 보살은 즉시 대학생 아들의 도움을 받아 리모콘에 달린 볼마우스를 움직여 TV 화면의 커서를 스님 얼굴에 놓고 클릭하자 우측 상단에 작은 창이 뜬다.

화면의 설명에 따라 선택하자 법문 원고와 스님의 이력 사항이 화면에 나타났다. 김 보살은 “신기하다”며 감탄을 연발하고 리모콘의 ‘데이터 채널’을 누르자 즉시 인터넷에 접속되면서 TV 화면 하단에 E메일 서비스가 떴다. 내친김에 법문 내용중 궁금한 사항을 간단하게 글로 써 법문한 스님에게 E 메일을 보낸다.

이런 신행 생활의 변화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위성방송의 쌍방향성으로 가능하게 됐다. 깊은 산중의 사찰에도 문자나 영상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텔레뱅킹, 쌍방향 주문 서비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서비스들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케이블이 들어갈 수 없어 불교 영상매체를 접할 수 없었던 사찰들에서도 교계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고 스님이나 재가불자들이 원하는 포교 영상 자료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어 포교나 신행 생활을 하기가 편리해 질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컨텐츠 없이는 공염불

이런 포교환경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다양하고 풍부한 컨텐츠의 뒷받침이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상업방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불교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 교계의 방송이나 포교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교방송 홍사성 본부장은 “상업방송이 범람하는 다매체 시대에서 종교방송이 수익을 창출하며 상업방송들과 경쟁에 나가기는 사실상 어려움이 크다”며 “타종교방송처럼 종단이나 규모가 큰 사찰들의 지원아래 말 그대로 부처님의 정법을 알리는 순수한 포교수단으로 적극 활용될때 포교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자운 디지털 청소년 상담실장도 “폭력, 음란 등 청소년 유해환경이 도처에 숨어있는 상업방송들의 틈바구니에서 불교방송 매체의 생존전략은 감로법문이나 이해하기 쉬운 교리강좌와 같은 포교 위주의 프로그램”이라며 “불교TV가 케이블TV에서와 같은 식의 답습이 반복된다면 위성방송에서도 설땅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불교TV 위성방송 담당 노원래 차장은 “올 한해는 케이블 TV와 70% 정도는 동일한 프로그램 편성을 실시할 것”이라며 “하지만 위성방송에 대비해 현재 다큐멘터리 등 외주제작된 국내외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노 차장은 “올해말까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에서 목표로 잡고 있는 가입자수가 달성되면 불교TV도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 창출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불자들의 포교에 큰 도움이 되는 고승법문이나 교리강좌 등 일반방송과 차별화된 질 높은 컨텐츠 개발이 가능해 진다”고 덧붙였다.

위성방송이 실시되면 중국의 연변과 만주, 일본 북해도 지역 등 아시아 불교권 국가에 살고 있는 해외 교포들도 불교 TV를 시청할 수 있어 해외 포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미 방영된 내용을 재탕, 삼탕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컨텐츠를 채워나가거나 자칫 싸구려 외국 프로그램을 사다 틀어주는 등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다면 케이블 TV에서와 같은 실패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미 우리앞에 성큼다가와 있는 위성방송 시대에 불교 영상 매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교에 효과적인 컨텐츠 확보와 철저한 서비스 무장이 필수적이다.

김주일 기자
jikim@buddhapia.com


특별기고 - 위성방송개막과 불교영상매체 전략

원용진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2년 3월이면 위성방송이 시작된다. 위성방송의 시작은 중첩적 의미를 갖는다. 이름 그대로 디지털 위성 기술 덕에 많은 채널을 접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의미다. 두 번째는 디지털 문화시대가 본격화됨을 뜻한다. 세 번째로는 방송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위성방송 시대의 방송은 한층 더 좁혀진 시청자 층을 찾고 서비스하게 된다. 이 같은 의미들을 모아보면 디지털 기술이 일상 생활 안으로 들어와 다매체 다채널 문화가 가시화되는 전혀 새로운 방송의 시대가 위성방송 개막으로 열린다고 할 수 있겠다.

약 80여개의 텔리비젼 채널, 60여개의 라디오 채널로 시작되는 위성 방송은 유료 방송이다. 수신을 위한 각종 장비들의 구입 혹은 대여에도 비용이 추가 지불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제대로 보려면 텔리비젼 수상기도 디지털 수상기고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위성 방송 수신을 위한 각 가정의 지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편화되는데는 일정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위성방송의 시작은 다양한 방송이 다양한 취향 집단 찾아가는 이른바 협송(narrow-casting) 시대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불교계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대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왔다. 케이블 텔리비젼이 도입될 때는 불교 TV를 설립했고 위성 방송에도 불교 채널을 서비스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발빠른 조처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시행착오를 거듭했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방송 사업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가지지 못해 운영, 편성, 홍보 등 전반에 걸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케이블 텔리비젼 시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위성방송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들은 아주 협소하게 규정된 시청자를 찾아가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초점이 명확한 시청자 층에 소구하는 편성, 제작, 홍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케이블 텔리비젼이 지상파 방송에 비해 훨씬 제한된 인구 층을 대상으로 하고, 위성방송은 케이블 텔리비젼보다 더욱 좁혀진 시청자 층에 소구하게 된다. 명확하게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시청자 층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불교계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 케이블 텔리비젼 방송, 위성방송 불교 채널 등 3개의 방송 창구를 갖게 된다. 비록 제작주체는 다르긴 하지만 이 세 주체는 공조체제를 갖추고 역할 분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불교 방송계는 공조를 통해 종교 방송은 대체로 기존 신도를 위한 서비스, 새로운 신도 확보를 위한 포교, 해당 종교 문화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서비스 등을 어느 창구가 가장 잘 행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위성방송은 아주 좁혀진 시청자 층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적합한 서비스를 하는 쪽으로 논의를 모아야 할 것이다.

케이블 방송 출범시에 보여주었던 과도한 투자나 큰 사업구상은 피해야 한다. 기존 불교 TV가 제작했던 방송 내용들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지혜도 요청된다.

위성 방송은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 혹은 영화 등과 같은 다른 매체의 내용을 재활용하는 의미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아직 고화질 텔리비젼 수상기가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화질 등에는 큰 신경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므로 섣불리 디지털 제작 방식을 도입하는 등의 큰 투자는 피해야 한다.

디지털 제작을 위한 장기적 계획 수립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케이블 방송이나 영화 등에 투자를 늘려 2, 3중으로 영상 컨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

불교 대중 매체간의 공조, 새로운 컨텐츠 확보를 위한 지혜로운 투자 등을 위성방송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매체의 출범이라는 계기를 불교 영상 매체들이 활용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

2002년 봄은 불교 대중 매체들이 불교의 대중화라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줄 최후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200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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