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불교중등교육기관’, ‘불교 여성인재 양성과 청소년 포교의 산실’, ‘불교환경교육의 발상지’….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에 자리한 명성여자중ㆍ고등학교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이는 개교 71주년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1930년 조선 불교청년동맹의 발의와 쌍계사, 다보사의 후원으로 설립된 명성학원을 모태로 교육불사를 시작한 명성여중ㆍ고는 같은 해 수송동 태고사 경내의 보성중학교 구 교사 일부를 빌려 개교한 후 6ㆍ25전쟁으로 폐교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66년 동국학원으로 병합, 교사를 구의동으로 옮기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는 오녹원 이사장 스님의 적극적인 후원아래 졸업생 3만여 명을 배출하는 등 우리나라 여성교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부처님은 부다가야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동쪽의 새벽 하늘에 뜬 명성(샛별)을 보는 순간 우주의 큰 진리가 연기(緣起)의 원리임을 깨달았다. 명성이라는 교명은 바로 이 "견명성오도(見明星悟道)"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명성여중ㆍ고는 부처님의 자비심을 배워 익혀 남을 위한 보살의 이타행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아침 10분간 실시되는 선정의 시간은 바로 이같은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선정의 시간은 학생들의 인성형성에 도움을 주고 집중력 강화로 학습의욕을 높이는 효과를 인정받아 명상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서울시내 중ㆍ고등학교에서 실시될 정도로 최고의 인성교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합장하기와 같은 불교예절과 지역사회 노인 위문 등 경료효진 예절교육을 통한 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있다.
21세기 고도의 지식 정보화 사회에 부응하여 자율성ㆍ창조성ㆍ다양성을 추구하며 미래 인재양성하기 위해 명성여중ㆍ고는 학교정보화에 힘써왔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인 1996년 이미 중앙일보 학교정보화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교내 근거리 통신망 설치, 학교 홈페이지 제작, 학생과 교사 및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교육 실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화 마인드를 키워왔다.
또한 다가오는 국제화 시대를 대비해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점진적 실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외국어 경시대회 참여를 권장하고 외국어 교사 국내ㆍ외 연수를 강화하는 등 내실있는 영어회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높이고 있다.
명성여중ㆍ고의 불교활동은 한마디로 청소년 포교의 산실이라 해도 무방하다.
고등학교 불교관련 동아리만도 봉사분야의 불교소녀단, 신행과 수행 위주의 불교학생회, 문학과 신문제작의 수심회보반, 청소년 단체인 파라미타 등 4개에 이르며 중학교에서도 파라미타 소속 영화반, 한지공예반, 밴드반과 불교걸스카웃 등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불교학생회의 경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법회를 봉행한 곳으로 법회식순, 찬불가 보급 등 불교대중화에 앞장서왔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5년째 1년과정 불교교양대학수준의 교리강좌를 매주 실시해 오고 있고, 입시 보름전에는 불교학생회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선배들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보름입시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더불어 명성은 학교곳곳에서 부처님의 향기를 느낄수 있다. 각 학급과 복도에는 석굴암 본존불, 보건실과 상담실에는 각각 약사여래불과 관세음보살의 사진을 봉안하고 있고, 중학교 법당 앞에는 불교교육자료전시실을 운영, 불구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IMF 당시 불교 어머니회인 수심회가 4천만을 기증해 교문 옆에 명성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하기도 했다.
사람도 70수를 누리면 ‘고희연(古稀宴)을 열어 그 연륜을 축하한다. 하물며 한 세기에 버금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명성의 발자취를 기리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명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일제치하에서 오직 무명을 벗어나는 것만이 나라를 되찾는 길이라고 생각하신 불교계의 선각자들이 여성교육의 절실함을 깨닫고 학교를 설립한 그 초발심으로 되돌아가 시대에 부응하는 명문 사립여자학교로서 당당히 그 이름을 떨치기 위해 오늘도 부단한 노력하고 있다.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