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신부님, 목사님들과 함께 물놀이도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우공양도 해보니 너무 재미 있어요."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내 선생님께 꾸중을 많은 들었던 현식(구봉초·4)이는 숲속의 학교(학교장 법명스님)에서 보낸 며칠새 많이 달라졌다. 담임 선생님을 찾아와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반성을 한 이후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모든 것에 열심이다.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삼동배내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숲속의 학교에 참석한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현식이와 비슷한 체험을 했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천도교의 젊은 성직자 단체인 열린 종교인모임에서 '열린 교육, 열린 학교'를 표방하며 시작한 숲속의 학교에 참석하면서 이웃 종교에 대한 벽을 허물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열린 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중학생이 되어 숲속의 학교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보조교사로 참석한 최영일, 설성윤 등 4명의 중학생들은 제법 의젓하게 동생들의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돕는데 눈코 뜰 새가 없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발우공양.
"마지막에 그릇을 헹구어 먹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스님의 말씀에서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한 학생의 말처럼 첫날은 청수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심지어 구역질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차츰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배워 집에 가서도 음식을 소중히 하겠다는 일기를 쓰기도 한다.
초등학교 3∼6학년 57명이 참석한 올해 숲속의 학교 주제는 '자연과 하나되기'. 주제별로 만남의 날, 놀이의 날, 우리 것의 날, 다짐의 날로 나눠 숲 속의 동화나라, 자연관찰학습, 자연명상, 물놀이, 다도, 발우공양, 숲 속 거닐기, 전래놀이, 우리노래와 춤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총괄 실무를 맡은 원불교 최형철 교무는 "올해는 자연 친화적인 감성을 살려내고 우리문화의 멋과 향기를 찾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며 "자연 속의 놀이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하나되는 교육적 효과와 풍부한 자기 표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숲속의 학교는 종교를 초월한 대안학교 가운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학교로 종교를 초월한 보편적인 진리를 전하며 종교간 벽 허물기의 시기가 어릴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5개 종교의 젊은 성직자들이 직접 교사로 활동하는 숲 속의 학교는 종교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을 하던 초창기 방식에서 탈피, 문화나 놀이 등의 간접적 방법을 통해 각 종교의 공통 가치를 터득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종교간 이해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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