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구국구민(救國救民)을 한 사명대사를 모시고 있는 호국불교의 근본도량인 경남 밀양 표충사. 홍제중학교는 표충사의 사재출연으로 1948년 영정고등공민학교 설립 인가를 받고 교육을 통한 구국을 천명하며 설립됐다.
표충사 경내에 임시교사를 설치해 지역주민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인재양성을 시작한 이후 54년 중학교 승격과 동시에 사명대사의 ‘자통홍제존자’라는 시호를 딴 교명 변경, 72년 동국학원에 병합되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또한 교사를 현재의 경남 밀양시 단장면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명대사의 정신을 계승, 선양하기 위해 충효교육은 홍제중학교만의 특색. 모든 예절의 기본인 인사를 ‘안녕하세요’ 대신 ‘효도합시다’ 답례 또한 ‘효자됩시다’로 하고 있고 , 매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 표충사 설법전에서 효도캠프를 실시하는 등 효 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더불어 사명대사의 제향(祭享)을 올리는 춘추 향사에 참석,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개최해 충효정신을 되새기고 매주 수요일에는 부모님, 스승, 친구들에게 편지쓰기를 실시해 보은의 참 의미를 심어주고 있다.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지혜와 자비라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우선 10년전부터 아예 반명을 팔정도의 정견, 정사, 정어, 정업, 정명, 정진반으로 바꾸었다. 선생님들은 매년 신입생들에게 가장 먼저 반명을 설명하며 팔정도의 의미를 가르친다. 이는 3년 동안 반 이름을 부르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훈습이 되어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더불어 매월 2,4주 목요일에는 전교생이 참석하는 선정조회를 개최, 부처님의 자비심을 갖도록 하는 발원문을 작성하여 봉독하고 있으며 ‘꿈 찾는 나의 생활’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홍제중학교는 기존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소풍과 수학여행을 없앴다. 대신 ‘나를 찾아서, 선조를 찾아서’를 주제로 향토순례대행진을 떠난다. 호남권, 동해 및 강원권, 중부권으로 나누어 매년 한 권역을 돌아보고 선조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향토의식과 향토애를 고취시키고 있다.
또한 소풍을 대신해 환경보존 및 등반대회를 갖는다. 개척정신과 호연지기를 기르며 집단 과정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성찰과 자아발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근 10년간 자퇴나 퇴학당한 학생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 홍제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시골에 위치한 학교특성상 주위에 학원이나 기타 교습소는 전혀 없다. 그래서 홍제중학교는 개별화 교육과 정보화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개별화 교육은 특기적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특별활동 동아리를 활용해 담임선생님들이 매일 방과 후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흥미에 맞게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인의 소질 및 능력을 개발하고 더불어 기초학력까지 증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교육 결과 과학경시대회, 미술대회 등에서 많은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학교가 모든 지역 교육을 도맡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화 교육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학부모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고가의 컴퓨터를 구입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지역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동국대 전자계산원의 후원으로 컴퓨터 100대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또한 초고속망 설치 등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교 홈페이지(http://211.34.223.245/)는 물론 다수 선생님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교육정보를 주는 등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인재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때는 재학생이 1천명이 넘을 정도로 지역에서는 가장 큰 학교였던 홍제중학교. 지금은 이농현상으로 많은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6학급에 전교생 151명의 조그마한 학교로 변했다. 하지만 이사장 오녹원 스님과 전교직원이 합심하여 교육에 매진한 결과 작지만 실력있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