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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나’를 찾는 아이들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 주의 파타고니아(Patagonia) 시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배우자(Learning Where You Are)’는 의도의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 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실시되는 현장학습은 아이들이 하루 동안 문명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나’를 찾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장 학습은 신청자에 한하여 매주 열리는데 일요일 새벽에 스쿨버스가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애리조나 사막 이근에 있는 산 라파엘(San Rafael) 계곡으로 이동한다. 이때가 오전 10시 경.

파타고니아 시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산 라파엘 계곡은 야생 배나무와 덤불식물, 선인장 등이 자라는 메마른 땅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아이들 대부분이 월 1회나 2, 3회 정도 이 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학습은 질문과 관찰로 진행된다. 우선 아이들은 앞서 방문했던 때와 비교해 계곡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관찰하고 기록한다. 온도를 측정하고 풍광을 그린다. 우량계의 눈금과 태양과 달의 위치를 살피고, 동물의 이동 흔적을 찾아 추적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것을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그룹 토론 시간에 발표한다.

3년 전 이 프로그램을 파타고니아 교육청에 제안했고, 현재 교육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그레일 그린리프(Gail Greenleaf) 씨는 “아이들이 자신과 자연의 존재를 견주어 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자연의 긴밀한 관계를 깨닫고 ‘둘이 아님’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데 의도가 있다”며 “아이들이 이 곳에서 배운 지혜를 현실 속에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G. 그린리프 씨는 이를 위해, 현장에서 편성하는 학급의 이름을 집(Home), 이웃(Neighbor), 친구(Friend), 일상(Daily Life) 등으로 짓는다.

또한 현장학습을 마치고 파타고니아 시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 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는 시간을 갖는다.

산 라파엘 계곡에서 3년째 ‘호호캄(Hohokam)’이라는 집을 짓고 있다는 딕(Dick, 애리조나초등학교 5학년)은 “작은 동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우리 반은 두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 팀은 집을 짓고, 다른 팀은 함께 살 동물의 습성을 관찰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딕은 ‘이웃’ 반에 속해 있다.

공립 초등학교의 선택 교육과정으로 시작된 현장 학습은 처음에는 애리조나 초등학교와 같은 공립학교 학생들이 참여했지만, 현재 사립학교 학생들도 참가를 원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트라이시클(Tricycle)>지에 파타고니아 시의 초등학생 현장학습을 소개한 스티븐 그레이저(Steven Glazer) 씨는 자연주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G. Snyder)의 ‘함께 머물러, 꽃들에게 배우고, 더욱 밝아져라’라는 시구를 인용해, “불교라는 이름은 없지만, 가장 불교적인 삶의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200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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