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해본 적이 없는 깊은 호흡을 하려니 조금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또 평소에는 마음에 대해 별로 생각안했는데 마음에 대한 여러 설명도 들으니까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부산불교교육원(원장 성재도)이 1월 한달동안 개설한 '부모와 함께 하는 청소년 참선교실'에서 참선을 배우는 석 윤(낙동 초등6)이의 말이다. 어리게만 보이는 윤이지만 참선할 때는 제법 어른스러움이 묻어난다. 윤이를 참선교실에 데리고 온 강순금 보살(41)은 "제 자신이 참선을 해보니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아이들이 하면 정서순화나 집중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같이하자"고 권했다고 한다.
"들이쉬고 내쉬고 하나 둘 셋 넷......"
1월 6일 부산불교교육원 법당. 성원장의 지도에 따라 가부좌를 하고 두 손을 아랫배 단전쯤에 모은 아이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부모들은 제법 의젓한 아이들의 자세를 고쳐주기도 하고 함께 참선을 지도 받으며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죽비 소리에 맞추어 참선에 들자 부모와 아이들의 호흡이 길어지고 눈동자가 그윽하게 깊어진다. 잠시 시공을 잊고 마음을 지켜보는 시간이 영원인 듯 흐른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참선교실에는 초등부와 중고등부 학생과 부모가 같이 참석해, 앉아서 누워서 하는 참선법을 배우며 참선 삼매를 익혀가고 있다. 4년 전부터 개설돼 온 청소년 참선교실에 부모들이 참석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 기초를 가르치고 참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정도에 그치는 한 달의 참선이 생활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찾아낸 묘책이 바로 부모와 함께 참선을 하도록 한 것.
"아이들이 집에서 스스로 참선을 한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어려워요. 그럴 때 부모들이 함께 참선을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성재도 원장은 부모들의 역할과 영향을 강조했다. 특히 성원장은 "아직도 부모와 학생들이 성적위주의 공부에만 중요성을 두고 있어 안타깝다"며 "모든 것의 근원을 풀 수 있는 마음에 관심을 갖는 참선 공부, 마음공부의 중요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선공부가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참선에서 바르게 앉는 법, 복식 호흡을 배우고 나서 자세가 많이 바르게 되었어요." 박다운(사하여중 3) 박고운(초등학교5) 두 딸과 함께 참선교실에 참석한 김순이(41) 보살은 벌써부터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변화를 보인다고 자랑이다.
"참선을 하면 마음이 조용해지고 맑아지는 것 같다"는 다운이는 "공부를 하기 전에 잠깐씩 하면 집중이 잘되어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참선 공부의 이로움을 제법 정연하게 일러준다. 즉흥적이고 외부에서의 각종 자극에 늘 들떠 있던 청소년들에게 있어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참선은 정신적 비타민과 같은 것. 긴장감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잠을 줄여주는 참선의 효과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차분함을 길러줄뿐 아니라 집중력을 키워 공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까지 가져다준다.
부산불교교육원의 '부모와 함께 하는 청소년 참선교실'은 인생의 선배들인 부모들과의 열린 대화를 갖는 시간이 되고 있다. 참선이 끝나도 둘러앉은 부모와 아이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한참을 일어설 줄 모른다. 학원과 과외로 학기 때보다 더욱 바쁜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참선교실은 몸과 마음을 푹 쉬는 에너지 재충전의 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있다. 051-466-4080
부산=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