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조기교육 등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명상이나 불교교리를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이색 영어강좌를 하는 곳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내면을 관조하는 명상을 통해 영어를 보다 쉽게 배우는 마야문화원의 ‘영어명상강좌’와 불교교리도 배우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영어 아함경 강좌’등이 그것이다.
‘Listen carefully, 아-움, 아-움’3월 29일 오후 1시 30분 인사동 마야문화원 강의실. 수강생 4명이 마주보며 요가와 명상을 하고 있다. 칠판도 교재도 없어 얼핏보면 명상을 가르치는 교실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들어보면 분명 영어를 가르치는 강좌란 걸 알게 된다. 영어 시간에 왜 명상을 하는 것일까.
그 의문은 30분 동안의 명상 시간이 끝난 뒤 풀렸다. 영어명상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김제창씨(44)는 "영어를 잘하려면 단어나 문장을 많이 암기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입밖에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편안한 명상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고 설명했다.
조금은 낯설다는 듯 수강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씨의 명상을 통한 영어 공부법의 설명 끝나자 학생들은 20분동안 영어로 작문을 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다른 영어학원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작문과 5분 스피치와 프리토깅이 끝나자 김씨는 또다시 학생들에게 가부좌 자세를 하고 5분동안 편안히 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김씨만의 독툭한 영어 명상 강의법이다.
"자동차소리, 밖에서 떠드는 소리 등 주변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무엇인가 알려고 생각하지 마시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호흡하며 맑은 감정을 가지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이와같은 김씨의 설명은 물론 강의실안에서는 모두 영어로만 진행된다. 김씨는 "언어를 배울 때는 단순히 암기만 하기보다는 편안한 명상의 상태에서 계속해서 반복해 듣고 말하고 쓰고 읽는 것"이 영어를 쉽게 배우는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김씨 역시 96년 인도 카이발리아다마 국립요가대학에서 요가와 명상을 공부했었는데, 수업을 듣기 위한 큰 장벽이었던 영어를 영어명상 공부법으로 쉽게 무너 뜨리고 자신의 노하우로 영어명상을 가르치고 있다. (02)455-2156
연등국제불교회관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30분동안 ‘영어명상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외국인 일청 스님이 명상 실습지도와 명상법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또 목요일 오후 6시부터는 불교기초교리를 영어로 가르치는 '불교영어 강좌'를, 금요일 저녁 7시부터는 '영어 아함경강좌', 토요일 오후 3시30분부터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02)735-5347
이외에도 화계사 국제선원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무심스님(국제선원장)의 지도로 영어법회를 열고 있다. 이 법회는 참선지도와 법문을 영어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와 불교를 동시에 공부하려는 청년불자들에게 호응도가 높다. (02)900-4326
김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