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은 픽션이라 할지라도 그 근거는 역사적 사실임이 분명하기에, 현대적 해석은 다를지라도 역사적 근거는 분명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궁예가 승려를 자처하고 승복차림으로 나오고 있는데, 궁예가 입고있는 의식용 법복, 즉 가사의 차림이 틀렸다. 드라마 속의 궁예가 걸치고 있는 것은 1950년대 이후에 생긴 현대식 밤색가사이다. 삼국시대 이래 일제시대까지는 홍색가사를 수했으며, 오늘에 이르러 조계종은 밤색가사, 태고종은 홍색가사를 수하고 있다.
특히 궁예가 가사를 수한 채 칼을 잡고 전장을 누비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승려의 옷은 일상 생활복, 외출복, 의식 법복으로 나누는데, 소매가 긴 장삼과 그 위에 수하는 가사는 법문이나 좌선 및 예불, 불공 때 입는 법복이다. 따라서 가사를 수한 채 칼을 사용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제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궁예의 가사는 홍색가사로, 전장을 누빌 때는 두루마기 정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