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은 날도 이제 일 주일 남짓, 송구영신의 매듭을 준비할 시점이다. 그 의식으로 해넘이, 해맞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더욱이 그곳이 부처님이 계시는 산사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전국의 이름난 기도도량과 해넘이, 해맞이 법회가 열리는 사찰을 찾아가 활기찬 새해를 계획해 보자.
▲관음기도도량 낙산사 홍련암
동해의 일출이 절경인 해안절벽 의상대. 거기서 지척인 홍련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한국의 3대 관음 성지중 하나다.
특히 홍련암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의상과 원효 두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을 찾으면 으레 누구나 한 번쯤 법당 안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마룻바닥 어딘가에 뚫려진 ‘구멍’을 찾아서다. 길이 8㎝ 정도의 정사각형 구멍. 뚜껑 열고 들여다보았다. 깊이가 10m쯤 될까. 암자 아래 좁고 긴 바위틈새 아래로 바닷물이 들락거렸다.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관음굴로 알려진 바로 그 바위 틈새다.
이런 믿음 때문일까.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게 해 달라고 구멍에 대고 합장한 채 절을 했다. 그 말씀을 옆에서 들은 한 스님.
“마음의 문을 열고 그속에 울려 퍼지는 관세음보살의 소리를 들어야지 구멍만 쳐다보고 절한다고 복이 하늘에서 떨어집니까”하며 한말씀 하신다.
연말연시 낙산사 홍련암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라운드 스피커나 다름없는 법당 바닥의 구멍을 통해 해조음을 들으며 관음수행도 접해보고 새해의 간절한 발원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홍련암을 찾은 13일 새벽 5시, 철야정진 한 탓에 약간 상기된 한 보살의 눈가에서 환희심을 보았다. (033)672-2478.
■해넘이, 해돋이 법회를 여는 사찰과 단체
△양양 낙산사에서는 제야의 종 타종과 함께 1월 1일 오전 9시 의상대에서 타종법회를 한다. (033)672-2447
△전국염불만일회는 고성 건봉사에서 새해맞이 철야 정진법회를 한다. 12월 31일 오후 4시 조계사에서 출발해 건봉사에서 철야정진기도를 하고, 동해 화진포 앞바다에서 해돋이 기도를 한다. (02)732-1215
△경주 석굴암에서는 12월 31일 밤 11시부터 제야의 종 타종 법회를 연다. 식전에는 작은 규모의 산사음악회도 진행되며, 타종법회 후에는 철야정진기도를 마련한다. (054)746-9912
△제주 약천사에서는 12월 31일 저녁부터 1080배 참회정진 기도법회를 갖고, 인근 송악산으로 옮겨 오전 7시 해맞이 법회를 연다. (064)738-5000
△서울 소림정사는 1월1일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새해 해오름 기도 및 철야용맹정진법회’를 갖는다. 31일 오후 1시 잠실롯데월드 옥외주차장에서 출발한다. (02)511-6210
김주일 기자
jik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