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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마을 能行스님, 3년째 호스피스 활동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은 무엇일까.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 아무런 대책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면 어떤 심정일까.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구녀산 중턱에 자리잡은 정토(淨土)마을은 현대의학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어 ‘사형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쉼터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안온한 마을,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최후 공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평화스런 곳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마을 촌장(?)이 서른을 갓 넘겼음직한 해맑은 미소의 여스님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정토마을 원장 능행 (能行) 스님은 이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14명의 환자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때도 능행스님은 그림자처럼 이들을 따라붙는다. ‘왜 이런 힘든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여스님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짧게 대답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참다운 수행의 길이며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13년 전 출가한 능행 스님은 우연히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불교계에서도 호스피스 센터를 운영해야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불자들에게 호스피스 교육을 시키면서 말기암 환자들이 수용돼 있는 병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죠. 처참한 상황에 몰린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며 고통스러워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은 199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신도들과 등을 만들어 팔아 마련한 돈을 밑천으로 땅을 샀고 백방으로 뛰며 후원금을 모아 2000년 10월 정토마을을 세웠다. 전담 간호사 3명과 자원봉사자 등 11명이 마을에 기거하며 암, 뇌졸중 등 불치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1500여명의 후원인들이 매달 1만원씩 보내주는 돈이 정토마을의 주요 수입원이다. 여기저기서 답지하는 특별 후원금과 스님의 강연료도 한몫을 한다. 물론 환자들에게 돈은 받지 않는다. 사망 후에는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고 보호자가 없을 경우 장례도 치러준다. 호스피스 정신에 따라 종교나 신분을 따지지 않고 여력이 있는 한 누구나 받아준다.

“호스피스 환자 1명은 일반 환자 10명과 같아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총체적 돌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정토마을은 이곳을 ‘죽음의 병동’이라는 혐오시설로 간주하는 인근 마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가족 돌보랴 주민들 설득하랴 능행 스님의 마음은 늘 편치 못하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하는 평범한 진리인데 대부분 이것을 잊고 살지요. 보다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 자원봉사에 동참해주시길 기원합니다.”

조선일보
20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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