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 호국 범음사.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범음사는 오전부터 어수선하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장병 500여명 수계식 때문.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는 군법사 호택 스님의 고의에서 바람소리가 나는 듯하다.
밖에서 차 소리가 나고 한 무리의 ‘아줌마 부대’가 등장했다. 한마음선원 강남지부 변복희, 신남선, 박경선, 민춘자, 김봉자, 김점희 회원. 스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곤 팔을 걷어부치기 모습이 자기 집 주방일 하듯 익숙해 보인다.
회원들은 먼저 오늘 수계식 때 장병들에게 나눠줄 햄버거와 음료수, 과일이 든 봉지를 싼다. ‘날씨가 찬데 햄버거가 너무 딱딱하지는 않을까?’ ‘한창 먹을 나인데 양이 너무 작은 건 아닌가’ 자식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 마디씩 한다.
음식 봉지를 법당 한쪽에 쌓아둔 뒤 회원들 반은 근처 텃밭으로 반은 주방으로 이동한다. 텃밭에서 겨울 양식을 위해 아직 푸른기가 감도는 푸성귀들을 갈무리한다.
두어 평 남짓한 주방에선 오늘 행사에 참석하는 신도들 점심 공양을 준비하느라 도마질 소리, 냄비 뚜껑 여닫는 소리, 접시 내리는 소리 등 온갖 소리들이 화음을 이룬다.
오후 2시 군용 트럭들이 속속 도착하고 6군단 승진부대 장병들이 범음사 앞마당에 줄지어 선다. 법당이 협소해 자갈마당에 그냥 주저앉는 장병들을 보고 회원들은 안쓰러운 모습을 감출 수 없다.
오후 3시 경 장병 537명과 신도 50여명의 수계식이 끝났다. 5년 전 군종병 아들을 둔 회원으로부터 군 포교 현실을 듣고 무작정 포교 일선에 뛰어든 한마음선원 강남지부 회원들은 동네별로 나누어 한달에 한 번씩 간식거리와 지원금을 가지고 군 법당을 방문하고 있지만 늘 아쉬운 마음뿐이다.
문제를 일으키던 사병이 법당에 드나들면서 점차 낳아지는 모습을 보면 제일 보람된다는 회원들. 척박한 군 포교 현실이지만 이들이 있어 아직 가능성이 있다. 문의: 011-9755-0912
연천=남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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