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벌써 다 지나고 올해도 한달 남짓 남았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무언가 모를 허전함과 쓸쓸함을 느낀다.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은 욕망도 강하게 일어난다.
그래서일까. 최근 사회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천도재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양상은 종교적 의례 차원을 넘어 점차 사회적 의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검찰의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의 지휘선상에 있던 정현태 전 서울지검 3차장 검사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와 함께 숨진 피의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냈다고 한다.
또 지난 11월 21일에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실제 모델인 김두한 씨의 30주기를 맞아 천도재가 봉행됐으며, 실종 11년 만에 대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소년들을 위한 영가 천도재는 대구 동화사에서 12월 8일 열릴 예정이다.
천도재(薦度齋)는 영가를 극락으로 보내기 위한 의식이다. 불보살 전에 영가를 모시어 공양과 법문을 베풀고 극락왕생을 비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천도재는, 영가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자 살아남은 자의 영혼을 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어느 종교에서도 이같은 천도재는 없다. 보통의 가정에서 조상들의 기일에 지내는 유교식 제사와도 엄연히 다르다. 혹여 이승의 삶을 잊지 못해, 떠돌기라도 할까봐 일부러 마음을 내어 영가를 부처님 도량에 초청하고, 죽은 자와 산자가 마음을 나누며 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 바로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천도재에 대해 기복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본래적 의미는 죽은 자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표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불신과 증오만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를 화해와 용서로 이끌어 내는 힘이 된다.
사회적 의례로서, 죽은 자와 산 자의 소통으로서, 궁극적으로 화해와 용서의 방편으로 그 반경을 확대해 가고 있는 천도재. 그동안 절에서 지내는 천도재를 무심히 바라보았다면, 앞으로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위해 내 마음도 보태자.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 전체의 해탈을 위한 일일 것이다.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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