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 시험장(選佛場)'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방(龐) 거사의 오도송)
11월 19일부터 시작된 이번 동안거 결제(結制)에도 6대 총림선원을 비롯한 90여 선불장(선원)에서 2천여 수좌들이 일제히 '문없는 문'의 빗장을 열기 위해 석달 간의 안거에 들어갔다.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기 위해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에 들어간 스님들은 주로 혈기왕성한 20~40대의 수좌들. 젊은 스님들도 감당하기 힘든 동안거에, 세랍 80에 가까운 두 노스님이 까마득한 후학들과 함께 대중안거에 들어 귀감이 되고 있다.
칠불암 운상선원에 방부를 들인 지옹 노스님과 봉암사 태고선원에서 결제한 종안 노스님이 그분들이다.
화엄사 선덕 지옹(77) 스님은 19세에 금강산 마하연에서 철해 스님을 은사로 출가, 여태까지 주지 소임 한번 맡지 않고 통도사, 해인사, 화엄사, 대둔사, 봉암사 등 전국의 선원을 돌며 수행에만 전념해 왔다.
하지만 스님은 아직도 얻은 바가 없다며 몸성히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전국의 도량을 돌며 선방 수좌들과 함께 참선 수행에 매진하는 게 남은 소망이라고 말씀하신다.
태안사 가은암에 주석해 온 종안(78) 노스님은 40세의 늦은 나이에 화엄사 도광스님을 은사로 득도, 이후 지리산 덕유산 백운산 등지의 토굴과 화엄사 해인사 월명사 수도암 묘향대 칠불암 봉암사 등의 선방을 돌며 정진했다.
5년 전 가은암을 짓고 토굴 정진을 해 온 스님은 "무심의 경지는 여여하나, 확철대오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랫동안 정진해 온 문경 봉암사로 다시 들어갔다.
평생 해제가 따로 없이 결제해 온 두 노스님처럼, 묵묵히 한국 불교의 선맥을 잇고 있는 어른 스님들은 한 두 분이 아니다. 그리고 3년째 남국선원 무문관에서 폐관(閉關) 정진중인 성효 스님과 현진 스님. 불편한 몸으로 또다시 봉암사 선방에 들어간 전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설정(수덕사 수좌) 스님 등 노스님들의 원력을 이어받은 중진 스님들의 용맹정진 역시, 불자들의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 '참 불사'임에 분명하다.
김재경(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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