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단체 스스로 변화 추구해야
경남 마산에 위치한 한일합섬 법우회. 83년 8월 창립, 한때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한일법우회는 19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원이 5분의 1 수준인 40여명으로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중 현직 회원은 절반 수준인 20여명에 불과하다. 회사가 직원을 대폭으로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법우회원들도 크게 줄었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했던 창원특수강(옛 삼미특수강) 불자회와 위아중공업(옛 기아기공) 불자회, 창원의 효성중공업 불자회는 2~3년사이 활동을 중단했다. LG전자 창원공장 불자회도 IMF 이후 회원 감소와 참여율 저조로 활동을 멈췄다.
92년 창립한 한주(옛 울산석유화학지원) 불자회는 회원이 25% 가량 감소, 8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울산 한국카프로락탐 불심회도 정기법회를 열지 못할 정도로 활동력이 약화됐다.
최근 공무원불자회가 창립 ‘붐’을 이룰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보인데 반해, 직장직능불교 태동을 이끌었던 일반 기업체 불자회는 회원감소, 참여율 저조 등으로 정기법회조차 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우종합기계·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석유화학, INI스틸 불자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체 불자회들은 겨우 명맥을 이어가기에 급급할 뿐이다.
따라서 기업체 불자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바쁘고 고된 업무로 사찰을 찾지 못하는 기업체불자들이 직장단체를 통해 신행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중공업 법우회 정경도 부회장은 “성심껏 직장단체를 이끌어주는 지도법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포교당이 지역별로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입회원들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스님과,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절을 알려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일합섬 한일법우회 최종식 前회장은 1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체 불자회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불자들의 요구는 다양해진데 반해 직장단체들은 구태의연한 법회를 지속하는 등 믿음만을 강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 전회장은 “흥미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소모임 운영, 법회 형식의 다양화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 직장불자들이 직장내 종교활동을 유익한 시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포교원은 동일지역, 직종간 연대, 연합활동과 회사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장단체간 교류는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직업의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 등은 회원들의 관심은 물론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용규 신도과장은 “사찰과 종단에서는 직장불자들의 신행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직장불자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자기 발전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봉영 기자
bypark@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