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이 사찰을 방문하다 보면, 법당 문이 열려있어서 불교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자유롭다. 하지만 절의 역사나 불교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데는 그렇지 못하다. 불교에 대해 묻고 싶어도, 그 사찰의 신도가 되고 싶어도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공간도 없다.
이웃 종교들은 절에 들어와서도 선교를 하려 하는데, 불교는 찾아오는 사람들조차 외면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현실이었다. 험난한 세상살이에 자신의 인생을 불교적으로 해결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전하지 못한 것은 불제자의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나란히 설립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과 선상담연구원이 불교 상담전문가 양성에 나서기로 하는 등 포교 및 복지의 한 방편으로 불교 상담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불교명상심리학과와 상담심리학과를 갖춘 서울불교대학원대학은 불교상담사와 명상심리치료사를, 선상담연구원은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과 현대 심리학의 통합으로 새로운 불교적 상담 방법을 개발하는 한편 3년과정의 교양대학을 통해 2급 불교상담사도 배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사찰에 한정되어 있던 신행상담실도 불교교양대학, 신행단체 등으로 보급되고 있다. 특히 사찰 및 불교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신행상담 코너는 오프 라인 공간에서 불가능했던, 익명성의 보장 등 장점이 알려지면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방안에서도 절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내용의 신행상담을 주고 받게 된 것이다.
이밖에 60여개에 달하는 교계 복지관들도 저마다 남편의 구타문제, 성폭력, 자녀교육 문제, 가정 법률문제 등까지 범위를 넓혀 상담활동을 펴고 있어 불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 있는 불교계 청소년시설의 상담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시중 서점에 가면 경전을 인용한 신행상담 사례를 묶어 놓은 불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평범한 불자들이 느끼는 신행생활의 어려운 점이나 궁금한 점은 책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불교상담은 신행의 동반자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교의 큰 방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불교 상담 현황>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비의 전화 12주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걸려온 총 상담건수가 4,924건으로 재작년 3,374건에 비해 무려 1,550건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종교문제 상담 건수는 178건에서 140건으로 38건이나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상담사례가 이성, 가정, 인생, 사회, 정신건장, 청소년, 종교문제 등의 순으로 나타난 것은 불교상담 전화를 이용하는 이들이 불자가 아닌 일반시민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전화상담이 포교에 일조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현재 불교계의 상담관련 시설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100여 곳이 넘는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신행상담소가 10여곳, 전화상담 기관이 10여곳, 가정 및 여성관련 기관이 20여 곳, 청소년 및 아동관련 기관이 15곳에 이른다. 전문상담소를 비롯한 상담교육, 노인, 인권, 세무법률, 실직, 결혼관련 상담기관도 각 5곳씩이 넘는다. 인터넷을 통해 신행상담을 벌이고 있는 사찰이나 불교단체들이 수십 곳에 달하는 등 불교상담은 이제 대중적인 포교방편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교가 왜 상담인가>
불교가 왜 상담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로 다음과 연관성에서 타당성을 제시한다.
첫째, 부처님의 설법은 내담자가 해결해야 하는 괴로움의 진술을 출발로 한다는 점. 둘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자와 도움을 필요로하는 내담자와의 대면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진행된다는 것. 셋째, 부처님과 내담자와의 의사소통은 당면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의사소통이란 점. 넷째, 부처님은 내담자의 변화에 기여하는 전문적 소양과 지식을 갖춘 상담자란 점. 다섯째, 내담자는 초월적인 인격의 성숙에 도달하는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 여섯째, 부처님은 수기설법, 방편시설과 같은 체계적인 접근 방법으로 내담자의 통찰을 도와주고 내담자는 이를 통해 무명을 타파하여 완전한 대자유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불교계에서 ‘상담’이라는 분야에 집중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지만 인간 개인에 대한 문제, 즉 ‘자아’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본질적 입장에서는 가장 체계적이고 현대적인 심리학적 상담에도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불교상담에 대한 필요성만 인식되고 있고 아직 불교상담의 학문적 정립, 상담 지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불교상담을 무엇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어쨌든, 불교의 정신에 부합되는 원리나 방법으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을 ‘불교상담’으로 볼 수 있다.
방기연 불교상담개발원 연구위원장은 불교상담을 “자신이 보살임을 자각하고 보살도를 실천하는 사람(상담자)이,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내담자)과 마음을 함께 하면서, 지혜를 모아 해탈과 열반을 도모하는 자리이타 활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불교상담의 역사>
불교계에서 상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자비원에서 ‘자비의 전화’를 개설하면서부터다. 이후 부산 ‘자비의 전화’(84년), 병상심방원 ‘상담의 전화’(85년), ‘희망의 전화’(85년), 수효사 ‘자비의 전화’(87년), 광주자비원 상담전화(90년), 금강자비회 ‘자비의 전화’(90년), 제주 ‘자비의 전화’(92년), 대구 ‘자비의 전화’(93년), 대구불교사회복지회 노인상담전화(96년), 불교자원봉사연합회 ‘정토의 전화’(96년), 한국불교청년회 마음의 전화(96년) 등이 잇달아 개설됐다. 88년 불광사 무료법률 상담소와 90년 조계사 무료법률 상담소가 생기면서 비공식적인 신행상담만 실시해 온 사찰들이 법률, 세무, 가정문제 등에 대한 상담도 시작했다.
사찰과 불교복지단체에서 개설한 상담전화와 상담실 중에는 현재까지 잘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폐쇄된 곳도 있다. 상담전화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담봉사자의 교육 및 훈련, 그리고 유능한 봉사자의 확보가 필요한 반면, 체계적인 상담요원 양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전 발족한 불교상담개발원과 여성불교연합회가 정기 상담요원 양성교육을 실시하면서부터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서울불교대학원대학의 불교명상심리학과 및 상담심리학과와 선상담연구원에서 전문자격을 갖춘 불교 상담사들이 배출될 전망이어서 불교상담의 저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상담의 과제>
사찰과 복지, 신행단체 등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상담을 비롯한 ‘정신복지’ 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다. 상담복지를 활발히 펼칠 수 없는 데에는 재정 부족, 자원봉사 확보의 어려움, 스님들의 관심과 지원 부족 등 많은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의 가르침을 상담이라는 틀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이 얼마든지 있다. 우선은 사찰 내 상담실이 있고, 어린이 및 청소년 법회가 있으며, 각 종립학교의 불교학생회가 있다. 이들은 불교상담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내담자들이다. 이들이 당면한 마음의 고통을 불교적 상담방법으로서 달래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나아가 그들의 청정불성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훌륭한 포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포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시적으로 전달해 줄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 문제에 가깝게 다가가서 부처님 법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은 불교와 상담이 함께 지향하는 공통분모이다.
승가원 원장 현각스님은 “노인 상담, 청소년, 부녀, 법률, 소비자 상담 등 분야별 상담기관에서는 전문지식을 갖춘 상담 요원과 시설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며 “스님들의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상담자를 맞는다면, 사찰의 환경 조건과 스님들의 신뢰성이 가장 좋은 상담여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gkim@buddhapia.com
<주요 불교관련 상담기관>
분야 기관명 연락처
신행 조계사 천수천안의전화 (02)720-7096
불광사바라밀상담소 (02)420-3182
법왕사 신행상담실 (053)766-9088
봉은사 봉은상담실 (02)516-5651
원각사 상담실 (062)223-3168
장엄포교원 상담센터 (043)646-3023
능인선원 복지상담실 (02)577-5800
관음사 불교상담전화 (053)474-0108
동산반야회 신앙상담실 (02)722-0108
종합상담 열린마음클리닉 (02)732)8144
그래! 심리상담연구소 (02)722-2757
화연 (02)704-3577
포교사단 상담팀 (02)737-7588
전화상담 자비의전화 (02)737-7378
본각사 나눔의전화 (02)654-0872
대구 마음의전화 (053)625-2486
마음의전화 (02)747-5787
맑고향기로운전화 (062)266-0410
대구 자비의전화 (053)753-9736
대불련 상담전화 (02)723-5850
참나참사랑복지협회 (02)952-2266
상담교육 불교상담개발원 (02)737-8803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02)808-6582
선상담연구원 (02)733-5311
광주 상담교육원 (062)222-1165
가정/여성 여불련 이혼예방센터 (02)738-5586
화엄동산 (02)2642-1364
선재가정상담소 (02)942-0149
행복의 전화 (02)3611-7942
공주 가정폭력상담소 (041)854-3737
경주 가정폭력상담소 (054)749-1366
대구 여성의 전화 (053)475-8082
서울시 가정상담소 (02)322-1366
동국대 소비자상담실 (02)2260-3057
과천종합사회복지관 (02)507-6319
자양종합사회복지관 (02)458-7501
구로종합사회복지관 (02)852-0525
옥수종합사회복지관 (02)2282-1100
청담종합사회복지관 (02)806-1377
제천사회복지관 (043)644-2983
청소년/아동 디지탈열린청소년상담실 (043)215-0804
교사불자련 교육상담전화 (02)720-0218
인간발달상담연구소 (042)477-1044
자광아동가정상담원 (02)762-7401
참나청소년전화상담실 (02)747-5787
청교련 청소년상담실 (041)932-1434
불교교화원 청소년상담실 (02)699-2010
동국대 청소년전화상담실 (02)2260-8996
양정청소년수련관 (051)868-0750
목동청소년수련관 (02)2646-0181
삼전종합사회복지관 (02)421-6077
월곡청소년센터 (02)918-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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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복지관 (02)929-7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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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외국인노동자 인권문화센터 (02)314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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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외국인노동자의 (032)654-0664
세무/법률 세무사불자회 (02)588-8744
낙동종합사회복지관 (02)271-0560
법왕사 세무법률상담실 (053)757-3324
실직 영등포 보현의집 (02)678-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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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보현의집 (054)45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