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개막된 부산아시안게임에 부산지역을 비롯한 직장불자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와 달리 경기준비, 진행, 보안, 정리 등을 담당하는 자원봉사 담당업무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은 봉사에 나선 직장불자들은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40억 아시아인의 화합을 위해 발벗고 나서 부산아시안게임을 빛내는 진정한 ‘선수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청과 16개 구ㆍ군청 법우회 회원들은 각국의 서포터즈 또는 지원팀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선수단 써포터즈’ 일원으로 카타르선수단이 입국하던 9월 24일 50여 써포터즈 동료들과 김해공항까지 마중을 나간 박의봉 총무(44·부산시청 산업진흥과)는 자정을 넘기는 입국심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선수단을 맞았다.
이날을 위해 환영 플래카드와 카타르 국기, 응원 깃발을 만드는데 수십일동안 준비해 온 박 씨는 부산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카타르선수단을 후원한다. “축구, 육상 등 9개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서포터즈와 함께 열띤 응원을 펼치는 모습을 기대하라”며 자신에 찬 모습이다.
부산지역 법우회원들은 일과가 끝나고 각종 응원물품을 만드느라 몸은 피로에 지쳐 있지만, 오히려 이번 자원봉사를 자신들의 수행을 점검하고 실천하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서 경기가 열리는 배구, 골프 등 4개 종목에 대한 지원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기장군청 법우회 송문숙 부회장(46·문화관광과)은 “자신의 신행을 직장과 가정, 사찰에서 사회 속으로 넓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부산아시안게임 지원기획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불교회 손종화 씨는 각종 안전대책 기획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경기장과 숙소, 선수촌은 물론 각국 선수단이 가는 장소에 대한 보안기획 업무가 그의 일이다. 손 씨는 폐막일인 17일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경찰청내 법당에 들러 참배를 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2002월드컵 때도 기획단으로 참여해 경험을 쌓은 바 있는 손 씨는 “폐막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과를 보내고 있지만, 불교회와 경찰을 대표해 부산아시안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즐겁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라고 부산지역 직장불자들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청 불심회 안준희(43ㆍ서울시의회 공보실) 씨는 멀리 서울에서 방송진행요원으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8년째 대한정구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게 계기가 됐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여름휴가와 연가를 대체한 안 씨는 9월 28일부터 7일까지 10일동안 사직정구장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매일 누군가를 위해 사경 수행을 하며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안 씨에게 부산아시안게임은 또다른 수행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사경이 인연이 돼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 부산교도소 재소자와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안준희 씨는 “부산아시안게임을 돕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수행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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