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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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법당 지킴이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다보회 이일승(59) 씨는 매일 새벽 5시 20분 첫 전철을 타고 직장으로 향한다. 도착하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정비창내 법당. 이 씨는 청수를 새로 올리고 예불 과 108배를 한다. 참여하는 사람은 없지만, 5년째 즐거운 마음으로 해오고 있다.

다보회 내에서 ‘법당 지킴이’로 통하는 이씨는 지난해 퇴직, 정비창내에 위치한 협력사에 취직했다. 업무도 관련이 있는데다가 법당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씨는 법당을 청소하면서도 오로지 회원들이 법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현재 직장내에 자체 법당을 갖고 있는 단체는 40여곳에 이른다. 법당중에는 지도법사가 있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상주하지는 않는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법당관리는 불자회원들의 몫이다. 문제는 직장생활을 하는 회원들이 법당에 돌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일승 씨 처럼 법당 청소와 불단에 공양을 올리는 일 등 법당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남몰래 해오는 ‘법당 지킴이’들이 많다. 국회 정각선원, 경찰청 법당, 한국조폐공사 경산조폐창 금강원 등에서는 불자회원들이 법당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국회정각회직원불교신도회 김상희(66) 씨는 95년 국회내에 정각선원이 개원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청수를 올리고 108배를 해왔다. 법회가 있는 날이면 쌀, 과일 등 갖가지 공양물을 올린다.

김 씨는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김경해 총무는 “부처님을 잘 모실 줄 알고, 회원들을 위해 법당 정돈과 법회 뒷정리까지 하는 김상희 보살님이야말로 참다운 보살”이라고 칭찬했다.

경찰청 불교회는 조직적으로 법당을 관리한다. 3개 팀으로 구성돼 순번제로 청수와 향ㆍ초를 바꾸고 청소, 법회 준비까지 담당하고 있다. 경불회가 이렇게 하기까지는 홍병선(45ㆍ과학수사과) 씨의 노력이 있었다.

홍 씨는 법회가 있는 날이면 먼저 법당에 들러 청소와 법회 준비를 했다. 남몰래 3년을 해오자 다른 회원들도 차츰차츰 동참하기 시작했다. 인원이 점점 많아져 이제는 3팀으로 나눠 운영하게 된 것이다.

경산조폐창 금강회의 경우는 지도법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정기법회는 물론 특별법회도 주관하는 등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법당관리는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이 역할을 주로 하는 회원은 박영경(33ㆍ조사2과) 씨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도로 회향하는 박 씨는 매번 부처님 공양물을 준비해 회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주경스님은 “직장내 법당은 직장불자들의 신행ㆍ문화ㆍ기도공간이지만 일부는 법회 때 외에는 방치되다 시피한 곳도 있다”며 “법당을 잘 관리하는 것도 불자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내집과 같은 공간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봉영 기자
bypark@buddhapia.com
20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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