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찌르는 악취, 진흙이 말라붙은 채 여기저기 쌓여 있는 가재도구와 옷가지들. 8월 21일 김해시 한림면 시호1구 마을의 수해복구 현장은 마치 전쟁터의 폐허같았다.
물이 빠진다는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각지에서 달려온 봉사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마을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방안까지 차올랐던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들어내 그릇을 씻고, 진흙 투성이의 옷을 세탁하면서 마을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다.
이날 조계종 자원봉사단(공동위원장 현문) 100여명도 복구현장으로 달려왔다. 부산보현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염불공양회, 보현회, 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등에서 참여한 봉사자들은 물에 잠긴 성암사를 비롯 민가에 흩어져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직접 와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요. 사정이 허락하는한 매일 와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요.”
그릇 헹구기에 바쁜 김정순 염불공양회 수석부회장의 말에 둘러앉은 봉사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물에 잠겨 열흘 이상을 보낸 마을은 전기도 수돗물도 끊어져 복구가 더욱 어렵다. 세탁기, 냉장고 등 모든 가전제품은 모두 사용불가. 잘 곳마저 잃은 마을 주민들은 친척집, 친구집을 오가며 숙식을 해결하며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려왔다.
물이 빠지고 복구가 시작된 첫날, 봉사자들이 몰려들자 마을 사람들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맥이 빠져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이렇게들 와서 도와주니 너무 고맙고 힘이 난다”는 김덕선(49. 딸기농사)씨는 잠자리라도 마련할 양으로 이리 저리 종종걸음을 쳤다. 조계종 자원봉사단원들도 대한적십자사, 해군3함대사령부, 삼성전자 등의 봉사인력과도 척척 손발을 맞추어가며 복구에 가속도를 붙여갔다.
그러나 역시 가장 부족한 것은 일손. 24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 통도사 강원 40여명의 스님들이 참여하기로 되어 있지만 그래도 일손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번 봉사단 모집 실무를 맡은 이기표 부산보현의 집 원장도 “봉사자 모집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곳에 오니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김분이 보살은 “기도나 법회에 열심히 가는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어려운곳에 도움을 주는 게 참다운 불제자의 길이 아니겠느냐”며 불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계종 자원봉사단은 앞으로 열흘동안 2천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051-506-0146) 시호1구 복구를 도울 계획이다.
한편 부산,경남지역 공무원 불자들과 정토회도 수해복구에 동참했다. 부산시청과 영도구, 사하구 등 7개 구.군청 불자들과 경남도청을 비롯한 20개 시군 불자회도 법회와 성지순례 등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수해복구에 동참하고 있다. 정토회 긴급구조단도 경남 함안군 법수면 수해지역(백산마을, 대평마을)으로 17, 18일 양일간 수해복구활동을 다녀왔다. 서울, 부산, 마산, 대구에서 회원 50여명이 동참했다.
김해=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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