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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백련암 청소년 24명 단기출가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7월 23일 해인사 백련암, 적광전을 울리는 참회진언. 장궤합장한 채 참회진언을 외는 청소년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스님 앞에서 삭발을 기다리고 있는 우람(경기 도장중 3)이를 힐끔 쳐다본다.

삭발에 앞서 불단에 촛불과 향을 사루고 수건과 세수대야를 준비한 후 백련암 원주 일등스님이 삭발의식을 설명할 때만 해도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엄숙함보다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정작 우람이의 머리카락이 삭도에 밀려나가자 입으로만 외던 참회진언마저 잦아든다. “성불하세요”라는 합장 반배와 함께 시작된 삭발은 24명이 마칠 때까지 오랫동안 이어졌다. 머리카락이 말끔히 잘려나가자 아이들의 손은 자꾸 머리로 향한다. 아무리 문질러보고, 만져봐도 쉽사리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다.

해인사 백련암 청소년 단기출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7월 23일부터 8월 18일까지 27일동안 진행되는 단기출가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남학생 21명, 여학생 3명이 참가했다.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백련암 단기출가에서 삭발식은 오랜 전통. 부모, 학교, 친구 등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다짐과 자신의 못된 버릇과 나태심을 잘라버리겠다는 서원을 담은 의식이기 때문이다.

삭발을 마친 24명은 심전 법사와 일등스님의 지도아래 4주 동안 ‘출가자’로 스님과 똑같은 생활을 해나간다. 묵언정진, 새벽예불, 발우공양, 매일 6백~1천배씩의 능엄주 기도, 대중 울력, 선체조 등 어느것 하나 쉽지 않았다.

제일 먼저 삭발을 했던 우람이는 “성당에 다니시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셨는데, 발우공양, 삼천배, 삭발을 통해서 평소 부족했던 인내심, 절약 등을 다시 배우고 있다”고 의젓하게 얘기한다. 제일 맏형인 기훈(인천 백석고 2)이도 “힘들지만 내가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소중하다”며 웃어 보였다.

3주 정도가 지난 8월 9일, 이제 왠만큼 힘든 일도 척척 해내는 단기 출가생들이지만 입을 모아 첫 날, 삼천배가 있던 날은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참가한 것을 후회하며 부모님을 원망했고 몇몇은 백련암을 내려갔다.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살 빼려고’ 등이 출가 동기인 아이들로서는 당연한 반응. 그러나 고행의 삼천배가 끝나자 아이들의 반응은 조금씩 달라졌다. ‘힘든 일을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혜원(서울 윤중 3)이도 “게으르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며 “집에 돌아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등 그동안의 게으르던 내 생활을 고치겠다”며 부모님께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어느새 밤송이만큼 자라난 머리카락만큼 출가생들 마음의 세계도 쑤욱 자랐을까. 모두들 일주일 정도 남은 회향(18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주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인내로 체득한 진정한 출가정신은 청소년들이 돌아간 일상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부산=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
200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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