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청 불심회 류태곤 총무는 8월말에 갖는 휴가기간 동안 서산 안면암을 찾을 계획이다. 가족과 함께 2박3일 동안 지난 생활을 돌아보며 참회와 발원의 기도를 할 생각이다.
이미 휴가를 다녀온 성북경찰서 성불회 천수호 포교부장은 10여년전부터 함께 신행을 했던 도반들과 곡성 태안사에서 참선과 108배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휴가를 보냈다. 한여름 더위를 잊는 피서를 절에서 보낸 셈이다.
이처럼 휴가기간을 이용해 사찰을 찾는 직장인 불자들이 늘고 있다. 자원봉사, 기도, 휴식 등 절을 찾는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휴가도 신행을 위한 시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찰을 찾는다는 전남지방경찰청 불교회 박건희 총무. 그는 매년 절에서 자원봉사 활동으로 휴가를 보내는 불자다. 지난해 송광사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해남 미황사 한문학당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경찰 업무로 길들여진 습관과 거칠어진 말투를 절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순화시키기 위함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더라도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불자회 임장수 부회장은 ‘가족들과 떠나는 성지순례’를 떠난다. 8월 5일부터 3일에 걸쳐 청평사 등 강원도지역 7~8곳의 사찰을 순례하고, 덕망 높은 스님들을 친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경북지역 동화사, 은해사 등 사찰 7곳을 순례하면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껴 올해에도 가족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대전시청 불자회 류택열 총무도 휴가 때마다 절을 찾아간다. 업무로 쌓이는 짜증과 스트레스를 풀어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8월 3~4일 당진 흥국사를 찾을 예정인 류 총무는 기도와 참선으로 일과를 보낼 예정이다. 매년 아이들과 함께 다니다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절에 가자고 졸라댈 정도다.
오로지 불교의식과 수행을 체험하고 싶어 단체가 한꺼번에 절을 찾는 경우도 있다.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2년동안 연수생활을 하는 사법연수원 33기 다르마법우회가 이같은 사례. 다르마법우회는 대부분의 회원이 직장불교 초보자로 구성됐다. 이들에게 불교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송광사 여름수련회다. 김형남 회장을 비롯해 20여명의 회원들은 연수기간에만 얻을 수 있는 방학을 이용해 송광사에서 정진할 계획이다. 수련회에 자원한 회원들은 4박 5일동안 불교의식과 수행을 몸으로 체험하고 새로운 불자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법무부 불자회 임장수 부회장은 “행락지 피서는 짜증과 피로만 쌓이는 경우가 많아 휴가답지 못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사찰과 스님들을 찾아 뵙고 법문도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휴가를 의미있게 보내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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