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을 하기 전에 위빠나사의 행선(行禪)을 먼저 해봅시다.”
13일 충남 예산의 덕숭총림 수덕사 황하정루 2층. 불교학 전공 교수와 대학원생, 학인 스님, 원불교 정녀, 개신교인 등 150여명(불교학전공자는 110명)이 보리수선원 원장 붓다락키타 스님의 고요한 음성에 따라 한 발 한 발 걸으며,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좇아 이리저리 따라가는 생각들을 알아채고 있었다.
불교 학자라면 당연히 수행의 전문가여야 하겠지만, 우리 불교학계의 현실은 이론과 실수(實修)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가지런하지 못한 실정. 그래서 이날의 수행법 체험은 자칫 관념속에 매몰되어 체험을 간과하기 쉬운 불교학자들의 심성에 단비와도 같은 소중한 인연을 뿌려주었다.
13~14일 1박2일간 불교학연구회(회장 해주스님)가 ‘명상과 불교수행’을 주제로 마련한 2002년 여름워크숍에서는 위빠사나와 함께 염불선과 간화선 실수를 귀신사 회주 용타스님과 수덕사선원 입승 무애스님의 지도하에 실시했다.
20여년간 동사섭법회(同事攝法會)를 지도하며 염불선의 대중화에 앞장선 용타스님은 “‘나’라는 이미지를 지우면서 현전하는 ‘텅빔’을 관조하고 ‘아미타불’하고 염(念)하는 것이 염불선 공부의 한 요령”이라며, 금타-청화스님(성륜사 조실)으로 맥을 이어온 한국 염불선 수행의 특징의 하나로, 금타스님의 ‘보리방편문(菩提方便門)’에 따른 염불선 수행법을 소개했다.
이튿 날 새벽 예불을 마치고, 아침 공양후 열린 좌선 실수는 무애스님의 활발한 목소리만큼이나 신선하게 진행됐다. 참선의 자세를 간단하게 지도한 후, 무애스님은 “옛 1700 공안에 송장, 쓰레기 썩는 냄새가 난다”고 일갈하고, “죽은 공안 즉, 사구(死句)에 매달리지 말고 생활 속에서 생명력있는 활구(活句) 참선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의 발제자인 용타스님(염불선의 이론과 실수), 김재성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원(위빠사나의 이론), 김호귀 동국대 강사(간화선의 이론)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함께 가진 종합토론에서는 이론과 수행의 접맥을 시도한 이번 학술토론회를 성공적으로 자평했다.
이에 앞서 열린 불교학연구회 명예이사와의 만남 시간에서도 수덕사 주지 법장스님과 감로사 회주 혜총스님, 봉선사 주지 일면스님, 운문사 승가대학장 명성 스님도 한결같이 “실참실수가 바탕이 된 살아있는 불교학 발전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워크숍은 실참(實參) 실수를 외면해 공허한 불교학으로 오인된 불교학계가 오래된 틀을 깨고, 이른바 ‘실천 불교학(Practical Buddhology)’을 모색한 보기드문 자리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수덕사=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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