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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대 학인들의 훈훈한 보살행
젖병과 기저귀 든 스님을 보셨습니까?

중앙승가대 사회과학연구소 회장 해인스님(사회복지학과 3년)과 혜범스님(승가대신문 전 편집장)은 7월 3일 오후 경기도 김포 양천면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는 집을 찾았다. 일주일전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출산했으나 병원비는 물론 산후조리마저 할 수 없는 딱한 사정에 놓였다는 방글라데시인 사두씨(21)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두 스님은 학교 교수와 학인들에게 모금한 100여만원의 성금과 함께 젖병과 기저귀, 유아복 등을 사두씨에게 내놓았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두 스님은 중앙승가대 합창단원들에게 연락해 산후조리를 마칠 때까지 돌아가면서 산모를 돌봐줄 것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성금만 전달하고 곧바로 나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3평짜리 지하방에서 아이와 함께 누워있는 산모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더군요. 도저히 그냥 나올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6시간동안 함께 있었습니다.”

김포 지역에는 대략 5천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대부분 불법 체류자여서 드러내놓고 병원도 갈 수 없는 처지다. 이들에게 인권은 먼 나라 얘기일 뿐, 그날그날 사는 것조차 힘겹다.

두 스님이 찾아가던 날 사두씨의 남편인 미튼씨(30)는 공장에 나가고 없었다. 처음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사두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스님들이 정말로 자신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사두씨였다.

“공부도 좋지만 소외계층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회 차원에서 어려운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불법체류자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 역시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해인스님과 혜범스님의 손에 들렸던 젖병과 기저귀로 인해 소중한 어린 생명과 산모는 그날 밤 ‘걸인의 집’에서 ‘왕후의 밤’을 보냈다.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
200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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