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우상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착각, 욕심, 원망 등의 우상을 숭배하고 있어요. 당장 욕심과 원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불교의 실천입니다.”
6월 4일, 울산 태화동 중부신협 2층 문화회관을 찾은 이들은 학성선원 조실 우룡스님의 법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월드컵 축구 열기를 무색케 한 이 불심의 현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화요시민법회로 인근 주민이나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이 법회를 주최하는 모임은 불이회(不二會, 회장 서종기?60). 14명, 그것도 모두 부부인 불이회의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여 시민들을 위한 법회 준비에 한마음 한뜻이 된다. 일체의 법회 경비는 물론 당일 법회장 청소, 의자 배치, 마이크 설치, 안내까지 고작 14명뿐인 회원들이 도맡고 있다. 몇십만원씩의 법사비를 매달 부담하는 회원부터, 몸으로 뜻으로 자신의 이익을 떠나 시민을 위한 법회를 여는 이들의 마음은 보살을 닮았다.
3월 5일 첫 법회를 연 후 넉 달째를 맞은 화요시민법회는 이제 70~80여명이 참석하는 도심 법회로 자리를 잡았다. 우룡스님, 북경대학 철학박사 월암스님, 울산대 박태원 철학 과 교수,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 등의 법문이 초심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다 법회를 한번 찾은 이들의 입소문으로 동참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게 운영 때문에 먼 절에는 갈 엄두를 못냈다는 안미선(45. 경주시)씨는 “가까운 곳에서 시민법회가 열리니 빠짐없이 참석하게 되었다”며 “불이회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길법문해(49)보살과 문외자(41)씨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쉬운 가르침으로 일주일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소중한 법회”라며 일주일 내내 법회를 기다리게 된다고 했다.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은 ‘내가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은가’하는 고민 끝에 시민법회를 열게 된 불이회로서는 더할 수 없는 보람이고 기쁨이다.
정진에도 포교에도 척척 뜻이 맞는 일곱 쌍의 부부. 이들이 열고 있는 법회를 인연으로 불법의 가르침을 접하고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시민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2년 전 ‘내 가족부터 화합해서 공부하자’며 매월 첫째주 토요일마다 철야정진을 이어오던 불이회가 이제 울산을 불국토로 만드는 심부름꾼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울산불교신도회장을 지낸 서회장과 학성선원 신도회장을 역임한 박용구 거사를 비롯 이현영, 노동윤, 장광대, 김무수, 이길우 거사와 광명지, 일륜월, 문수행 등 보살들의 바람은 이제 하나다. “울산에서 시작된 시민법회가 전국으로 확산돼 부처님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
그들의 서원과 보살행으로 일궈진 화요시민법회는 이제 불이회의 또 다른 정진의 장이자 포교, 보시의 장이며 시민들에게는 불법의 깊은 가르침을 접하는 법석이 되고 있다.
울산=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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