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저녁 7시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내에 있는 천태종 영화사 법당. 주지 덕중 스님과 신도 10여명이 모여 함께 연등을 만들고 있다. 처음 해본 솜씨는 아닌 듯 신도들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이렇게 저녁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연등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벌써 3개월째. 아직 초파일이 한달 정도 남았는데 왜 미리부터 부산(?)을 떠는 걸까? 이사현 신도회장(67)과 몇마디 주고 받자 금새 의문이 풀린다. 40여 신도의 대다수가 농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번기인 4~5월에는 낮시간에 사찰일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영화사는 신도 수가 적기 때문에 재정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따라서 저녁때마다 조금씩 시간을 내어 부처님 맞이를 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주경야수(晝耕夜修)’.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수행을 한다. 영화사 신도들의 수행은 참선이나 절을 하는 것 뿐이 아니다. 4·~ 5명 남짓한 거사들은 연등을 밝히기 위해 사찰내에 전기선과 장엄물을 설치하며, 20여명의 보살들은 연등을 만든다. 바로 이런 울력도 영화사 신도들은 수행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이사현 신도회장(67)은 “영화사는 주지 스님이 계속 주석해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 번씩 법회를 봉행할 때만 오신다”며 “특히 초파일 준비는 신도들이 일손을 모아 책임감을 갖고 4개월 전부터 하기 때문에 초파일을 맞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자랑한다.
영화사 김복수 총무(70)도 봉축 준비에 빼놓을 수 없는 숨은 일꾼(?)이다. 고희가 된 나이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찰 구석구석을 누비며 경내 청소와 보수공사를 한다. 또 사찰 운영에 필요한 물건과 부식을 사기 위해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춘천까지도 일주일에 몇 번씩 드나든다. 이렇게 봉축 준비는 물론 사찰운영까지 신도회가 주축이 되는 영화사에서는 매월 20일에 법회가 열린다. 천태종 관문사 재무 소임을 맡고 있는 덕중 주지 스님이 서울에서 내려와 신도들과 함께 법회를 봉행한다. 한달에 한 번씩의 짧은 만남인지라 신도들이 주지 스님을 맞는 반가움은 더욱 크다. 특히 한달동안의 절살림과 신행생활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여서 신도들은 법회날을 무척 기다린다.
이번 영화사의 초파일 행사는 전날인 5월 18일에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그동안 신도들이 애써 만든 2백여개의 연등과 코끼리 장엄물 점등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또 초파일 당일날은 화천지역민들을 초청해 법요식을 치른다.
덕중 주지 스님은 “신도들이 낮에 농사짓는 생업도 수행이고, 저녁때 사찰에 나와 봉축 준비를 하는 것도 수행의 연장이라고 항상 가르친다”며 “신도도 많지 않고 재정도 넉넉지 않은 농촌 마을이지만 3·~ 4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워 꼼꼼하게 봉축 준비를 하기 때문에 규모는 도심 사찰보다 작지만 봉축을 맞이하는 정성과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화천=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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