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불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전국 사찰의 시민선방과 교양대학에서는 수행과 공부하는 여성불자들로 넘쳐나고 있고, 사회활동 참여도 확산되고 있다. 가족 위주의 기복적이고 소극적인 신행에 머물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불교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불자들의 잠재적 원력과 잠재적 힘을 효율적으로 결집시켜 불교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과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달 초 현대불교신문사가 전국 사찰의 시민선방과 불교대학 각 30곳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시민선방에서 수행하고 있는 불자 2707명 중 여성불자는 73.6%인 1989명, 불교대학은 전체학생 8849명 중 66.3%인 5866명이 여성불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선방과 불교대학 모두 여성불자 수가 최근 2~3년 새 10~50%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440여명 가운데 여성불자는 410명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불자들의 수행과 경전공부 모임, 봉사활동 동아리도 눈에 띄게 느는 등 기복적 성향에서 탈피, 바람직한 신행풍토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불자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치마불교’에 고정돼 있다. 본지가 여성불교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했던 성태용 교수(건국대 철학)ㆍ이현옥씨(동국대 강사)ㆍ위정희씨(경실련 회원사업국장)는 그 이유를 “불교계의 여성비하 풍조와 여성불자들 스스로의 개선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여성불자들이 불교의 중심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이를 불교발전으로 견인할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불자들의 역할 증대와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올바른 불교여성관 확립, 종단의 체계적인 지원, 교육 확대, 조직 강화 등이 꼽힌다.
불교학계 및 여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우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불교계에 뿌리박혀 있는 여성 비하 풍조를 개선하고, 여성불자들의 의견이 사찰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기구 및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양성 및 조직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한 종단 차원의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신행활동과 사회활동을 연계시키기 위한 교육 강화도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원장은 “개신교나 천주교에 비해 불교에서 여성불자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변화하는 여성불자들의 욕구를 수렴할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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