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는 민족의 얼과 지혜를 담고 있어요. 단순하게 건물과 문화재를 소개할 것이 아니라,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정신과 한국 불교의 수행가풍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해요.”
4월 20~21일 1박2일간 템플스테이(Temple Stay) 외국어 자원봉사자 3차 연수가 벌어진 수덕사의 원통보전. 중국어 담당강사인 경완스님(수덕사)은 11명의 연수생들에게 중국어로 관세음보살상과 각종 탱화를 설명하며, 외국인에게 사찰을 소개할 때 유의할 점을 강조했다.
경완스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재학중인 조소영씨 등 연수생들은 전문적인 불교용어를 잘 모를 때면 꼬치꼬치 캐물으며, 실제로 외국인을 안내하듯이 중국어로 설명했다. 1, 2차 연수 때는 불교를 잘 몰라 다소 어색해 하던 연수생들은 어느새 불자가 다 되어, 이번 연수에서는 능숙하게 사찰의 이모저모를 설명했다.
영어, 일본어 연수생들도 예불, 참선 실수에 이은 다도 및 발우공양, 연등 제작 등의 실습시간에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시연하며 통역을 해보았다. 모두 언어별로 대화가 자유로울 정도로 전문가이지만, 불교용어가 아직 생소한 것이 많아 강사들에게 물어가며 통역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변변한 외국어 ‘한국불교 안내서’나 ‘불교용어 사전’은 물론 상설 교육기관 조차 없는 실정에서 불교전문 통역사나 가이드를 양성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일로 보였다.
월드컵 기간(5월 20일~6월 30일)을 앞두고 마무리 점검과 프로그램 운영지침 등을 숙지하는 성격으로 진행된 이번 연수는 외국인 사찰안내 자원봉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조계종 포교원도 이를 인식하고, 이번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사찰안내 자원봉사단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외국어 자원봉사자는 중국어 11명, 일본어 25명, 영어 94명 등 모두 130명. 조계사, 봉은사, 직지사 등 31개 사찰 실무자와 국제포교사 연수생 등 150여명이 사찰별 템플스테이 추진현황을 소개하고 운영지침 및 프로그램 실습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사찰별로 템플스테이 추진현황을 소개하는 자리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번 템플스테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확신하는 자리였다.
“여러차례 외국인을 상대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본 결과,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 보다는 자발적으로 참선, 포행, 다도, 예불 등을 체험하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간단히 설명만 해도 잘 알아듣기 때문에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합니다.”(직지사 김은영씨)
사찰별 템플스테이 실무자들은 외국인에게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진행과,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한국불교 체험이라는데 공감을 표했다. 연수생들도 이 사업이 안방에서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포교 기회라는데 뜻을 같이하고, 남은 기간동안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전하는 전법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21일 회향식에서 수덕사 주지 법장스님은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들은 불자가 아닌 분들도 어느새 신심과 원력을 갖춘 일등 포교사가 되었다”면서 “언어가 유창한 것보다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읽고 우리의 진심을 전하는 ‘진짜 통역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학림사, 광림사, 와우정사 등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 등 모두 34개 사찰에서 운영하는 이번 템플스테이 사업은 관광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화상품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서도 이번 사업을 계기로 불교 전통문화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키우려는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템플스테이를 주말 수련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템플스테이사업단 사무국장 주경스님은 “매년 국립공원에 2천만여명의 예비신도가 들리지만, 이에 대한 포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주5일제 근무와 국제 포교를 대비해 템플스테이 사업의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외국인을 상대로 한 포교는 템플스테이 외국어 자원봉사자를 비롯, 조계종 국제포교사회(회장 백원기)와‘외국인 대상 사찰안내 자원봉사연합회’(운영위원장 선업스님)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번 연수회에도 30여명의 국제포교사 연수생과 다수의 사찰안내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했다.
98년 출범한 조계종 국제포교사회는 26일 동국대학교 학술문화관 그릴에서 후원의 밤을 개최하고, 미8군 및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한 국내외 외국인 포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교별 해외포교 활동상황을 영상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해외포교의 원력을 다진 이번 후원의 밤을 계기로 국제포교사회는 5월 3일 미8군 법회를 열고 본격적인 주한 미군포교를 시작한다. 외국인용 <사찰안내 지침서> 발간을 비롯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개선 및 지원사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8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발대식을 가진 ‘외국인 대상 사찰안내 자원봉사자 연합’(이하 외자연)은 조계사, 봉은사, 송광사, 통도사, 불국사, 통도사 부산포교원, 속초 신흥사, 연등국제불교회관 등 8개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사찰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외자연 운영위원장 선업스님은 “포교 일선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불교를 이해시키는 일은 외국어와 불교교리에 능통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조계종 포교원 및 국제포교사회와 협의해, 이번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를 회원으로 대부분 받아들여 지속적인 외국인 포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포교사회 백원기 회장
“주한 미군포교 강화”
“주한 미군과 외국인 노동자 포교에 적극 나설 겁입니다.”
국제포교사회 백원기(동국대 전자계산원 교수) 회장은 5월 3일 미8군법회를 봉행하는 것을 계기로 3년전에 사실상 회산된 미8군법우회를 재창립하는 등 주한 미군 포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한외교사절 초청법회와 외교관 부인 초청법회를 비롯, 불교 영어수업을 원하는 사찰 및 단체에 대한 인력지원 등도 실시해 한국불교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예정이다.
백 회장은 또 법륭사를 비롯해 미얀마선원 등과 연계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 근로자에 대한 한국어 및 컴퓨터 교육, 복지, 포교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120여명의 국제포교사가 하나로 뭉쳐 국내거주 외국인포교를 활성화 하는 동시에, 템플스테이 사업 지원을 계기로 향후 국제포교로 사업영역을 확대시키겠다는 것이 백 회장의 포교방침이다.
■ 봉은사 문사수회 이태길 회장
"한영 불교사전 만들어요"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외국인과 가이드들을 위한 <한영 불교사전>을 만들 계획입니다.”
서울 봉은사의 외국어 자원봉사모임 문사수(聞思修)회 이태길(58, 레이티온 인터내셔널 코리아 이사) 회장은 “이번 템플스테이가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는 물론 한국의 수행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셈(ASEM) 회의를 계기로 봉은사 외국인 사찰안내 활동과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지난해 국제포교사 자격증을 받아 그의 아내 박미자(57, 주부)씨, 딸 이영남(30)씨와 함께 국제포교사 가족이 될 정도로 외국인 포교에 원력을 쏟아왔다.
군대시절 영어교육을 담당 할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난 이 회장은 3년동안 <한영 불교사전>을 만드는데 정성을 쏟아 왔다. 이씨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불교용어를 영어로 번역해 놓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4월 28일부터 봉은사에서 발우공양, 참선, 다도, 사찰소개 등 외국인 불교문화체험 행사를 매주 20명 내외로 열겠다고 말했다.
예산 수덕사=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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